홍란이 한국 여자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여자골프 최초로 통산 1000라운드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3년 삼천리가 후원해주시기 시작할 때 이만득 회장님이 '최소 35살까지 투어를 뛰는 것이 조건'이라고 말씀하셨다. 30대가 되면서 지키기 쉽지 않은 약속이란 것을 하루하루 느꼈는데 그 약속을 잘 지켜낸 것이 뿌듯하다"며 웃었다.
12살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2005년 2월 프로데뷔 이후 17시즌 동안 한번도 시드를 놓친 적이 없다. KLPGA 투어 최장기 시드유지 기록이다. 최다 대회 출전(341개 대회), 최다 예선 통과(279회)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KLPGA투어에서는 통산 4승을 차지했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10살때부터 10여년간 매일 10km씩 뛰었고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에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그는 "내일 일을 오늘로 가져올 지언정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는 않는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홍란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한 대회로 2014년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을 꼽았다. 내내 1등을 달리다가 연장전에서 백규정에게 우승을 내어주었던 안타까운 대회다. "메이저대회여서 우승하면 4년 시드권을 얻을 수 있었어요. 당시 20대 후반이어서 그 혜택을 더 욕심났고 아쉬움이 더 컸죠. 하지만 그때 우승을 놓쳤기에 시드를 연장하기 위해 매 대회를 열심히 치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날 홍란이 라운드를 마친 뒤 KLPGA는 홍란의 1000라운드 달성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1라운드를 마친 후배 약 30명이 축하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홍란은 "어릴땐 선배들에게 배우고, 지금은 후배들에게 배우며 한홀 한홀 치르다보니 이런 기록까지 얻게 됐다"며 "1000라운드를 뛸 수 있도록 대회를 치러주시고 도와주신 스폰서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 저를 뛰어넘어 더 많은 기록을 쏟아낼 것"이라며 "후배들이 갈 길을 먼저 개척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