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으로 빚는다 남다르게 빛난다…나만의 그릇 만들기 도예 체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over Story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오~ 마이 러브, 마이 달링~.”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는 헐렁한 흰색 셔츠를 걸친 채 물레를 돌린다. 진흙투성이 손으로 그릇을 빚고 있다.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와 함께 등장한 패트릭 스웨이지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는다. 물레 위를 돌던 그릇은 무너져 내린다.
언체인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퇴근 후 서울 홍대 인근 도예 공방 ‘하이킬른’을 찾았다. 하이킬른을 운영하는 임세아 작가는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정성을 들이면 이 세상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용기를 복돋아줬다. 작업이 서툴러 찌그러진 그릇을 임 작가가 수습해주는 과정이 2시간가량 반복됐다. 청주를 데워 먹을 술병은 엉성한 꽃병이 됐다. 밥공기를 구상하며 돌렸던 점토는 한없이 커져 곰탕 대접이 됐다. 그래도 이 세상 하나뿐인 그릇에 이니셜 도장을 박아 넣으며 ‘마이 달링’을 다시 흥얼거렸다.
임 작가가 모터에 달린 페달을 밟자 물레가 돌아갔다. 그는 물레 중앙에 맞춰 놓은 점토를 양손으로 감싸 원기둥 모양으로 올렸다. 기초가 되는 ‘중심 잡기’다. 점토와 물레를 밀착해 붙이며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중심 잡기가 끝난 물레 옆에 기자가 앉았다. 손에 물을 묻히고 점토 상단 4분의 1 지점을 엄지와 검지를 활용해 쥐며 물레를 돌렸다. ‘봉 잡기’라 불리는 절차다. 머리처럼 만들어진 봉 부분이 본격적으로 그릇을 만드는 데 사용될 점토다. 처음 손에 쥔 점토는 시원하면서 매끄러웠다. 엄지손가락을 세워 봉의 한가운데,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 부분을 눌렀다. ‘바닥 뚫기’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흙덩이가 단단해 힘이 제법 들어갔다. 이어 검지와 엄지를 활용해 벽을 세웠다. 그릇의 모양이 점차 갖춰졌다. 최대한 힘을 빼고 천천히,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옆에서 페달을 밟으며 물레가 돌아가는 속도를 조절한 임 작가는 “천천히, 천천히”를 반복해 말했다. 그릇의 균형이 깨질 것 같은 순간마다 임 작가가 수습했다.
모양이 갖춰지자 임 작가가 물레를 넘겨받았다. 그는 손가락 두 개 너비의 가죽 조각인 ‘전잡이’를 활용해 그릇의 가장자리인 ‘전’ 부분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이어 나무 칼 모양의 ‘가리새’를 활용해 그릇 하단의 점토와 그릇을 구분 지었다. 두꺼운 나일론 실을 가리새로 판 홈을 따라 두 바퀴 돌리자 그릇이 자연스레 점토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릇 하나에 30분가량 소요됐다.
임 작가는 “아직 완전히 완성된 것은 아니다”며 토치로 그릇을 살짝 말렸다. 1주일 이상 건조시킨 뒤 전기 가마에서 800도로 한 번, 유약을 발라 1250도로 또 한 번 구워야 완성이다.
과거에는 인근 미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과 젊은 작가들이 도예 공방의 주 고객이었다. 요즘 들어 퇴근 후 도예 공방을 찾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임 작가는 설명했다. 직장인 곽민해 씨(28)는 점토를 손으로 빚어 그릇을 만드는 핸드빌딩을 6개월가량 배우다 2주 전부터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결과물이 눈에 바로 보이고 만져진다는 점이 도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며 “그릇을 하나 만들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집에 두고 쓰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는 헐렁한 흰색 셔츠를 걸친 채 물레를 돌린다. 진흙투성이 손으로 그릇을 빚고 있다.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와 함께 등장한 패트릭 스웨이지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는다. 물레 위를 돌던 그릇은 무너져 내린다.
언체인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퇴근 후 서울 홍대 인근 도예 공방 ‘하이킬른’을 찾았다. 하이킬른을 운영하는 임세아 작가는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정성을 들이면 이 세상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용기를 복돋아줬다. 작업이 서툴러 찌그러진 그릇을 임 작가가 수습해주는 과정이 2시간가량 반복됐다. 청주를 데워 먹을 술병은 엉성한 꽃병이 됐다. 밥공기를 구상하며 돌렸던 점토는 한없이 커져 곰탕 대접이 됐다. 그래도 이 세상 하나뿐인 그릇에 이니셜 도장을 박아 넣으며 ‘마이 달링’을 다시 흥얼거렸다.
빙글빙글 도는 점토 보며 ‘물레멍’
4개의 그릇과 1개의 술병(혹은 꽃병)을 만드는 도예 체험에는 3㎏ 정도의 백자토 두 덩이가 사용됐다. 경남 하동 등에서 채취한 고령토에 석회석과 장석 등을 혼합한 것이다. 가마에서 구우면 아이보리색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다. 초보자가 식기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했다.임 작가가 모터에 달린 페달을 밟자 물레가 돌아갔다. 그는 물레 중앙에 맞춰 놓은 점토를 양손으로 감싸 원기둥 모양으로 올렸다. 기초가 되는 ‘중심 잡기’다. 점토와 물레를 밀착해 붙이며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중심 잡기가 끝난 물레 옆에 기자가 앉았다. 손에 물을 묻히고 점토 상단 4분의 1 지점을 엄지와 검지를 활용해 쥐며 물레를 돌렸다. ‘봉 잡기’라 불리는 절차다. 머리처럼 만들어진 봉 부분이 본격적으로 그릇을 만드는 데 사용될 점토다. 처음 손에 쥔 점토는 시원하면서 매끄러웠다. 엄지손가락을 세워 봉의 한가운데,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 부분을 눌렀다. ‘바닥 뚫기’라고 불리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흙덩이가 단단해 힘이 제법 들어갔다. 이어 검지와 엄지를 활용해 벽을 세웠다. 그릇의 모양이 점차 갖춰졌다. 최대한 힘을 빼고 천천히,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옆에서 페달을 밟으며 물레가 돌아가는 속도를 조절한 임 작가는 “천천히, 천천히”를 반복해 말했다. 그릇의 균형이 깨질 것 같은 순간마다 임 작가가 수습했다.
모양이 갖춰지자 임 작가가 물레를 넘겨받았다. 그는 손가락 두 개 너비의 가죽 조각인 ‘전잡이’를 활용해 그릇의 가장자리인 ‘전’ 부분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이어 나무 칼 모양의 ‘가리새’를 활용해 그릇 하단의 점토와 그릇을 구분 지었다. 두꺼운 나일론 실을 가리새로 판 홈을 따라 두 바퀴 돌리자 그릇이 자연스레 점토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릇 하나에 30분가량 소요됐다.
임 작가는 “아직 완전히 완성된 것은 아니다”며 토치로 그릇을 살짝 말렸다. 1주일 이상 건조시킨 뒤 전기 가마에서 800도로 한 번, 유약을 발라 1250도로 또 한 번 구워야 완성이다.
세상 하나뿐인 결과물 손에 만지며 성취감
도예 공방을 체험한 직장인 이승아 씨(31)는 “어른을 위한 찰흙놀이”라고 정의했다. 조용히 돌아가는 물레와 흙덩이를 만지며 잡생각이 사라지고 멍한 기분이 드는 ‘물레 멍’의 순간을 느꼈다고도 했다. 임 작가 역시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다 뒤늦게 도예의 길에 접어든 경우다. 임 작가는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시절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며 “우연한 기회에 도예를 체험했는데 점토를 활용한 심리치료처럼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곤 본격적으로 도예를 전공하고 공방을 차렸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심적으로 답답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이 오면 공방에 혼자 앉아 물레를 돌리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과거에는 인근 미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과 젊은 작가들이 도예 공방의 주 고객이었다. 요즘 들어 퇴근 후 도예 공방을 찾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임 작가는 설명했다. 직장인 곽민해 씨(28)는 점토를 손으로 빚어 그릇을 만드는 핸드빌딩을 6개월가량 배우다 2주 전부터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결과물이 눈에 바로 보이고 만져진다는 점이 도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며 “그릇을 하나 만들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집에 두고 쓰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