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물가 상황과 통화정책 방향 등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물가 상황과 통화정책 방향 등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연내 금리인상”을 언급하자 시장도 술렁였다. 기준금리 흐름과 밀접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내년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도 시장금리에 반영됐다. 이 총재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가 강해진 것은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 것과 맞물린다.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졌다.

내년 1~2월 추가 금리인상하나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은 올려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가 올해 8~11월에 한 차례 금리를 올리고,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31일 이전에 추가 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 임기까지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올해 7월 15일, 8월 26일, 10월 12일, 11월 25일 네 번 열린다. 내년에는 1월 15일, 2월 25일 두 번이다.

한은의 다수 고위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한 번만 올리고 끝낸 경우는 드물다. 한 차례 인상에 이어 머지않은 시점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은은 2007년 7월 기준금리를 연 4.75%로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그 다음달에 재차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0년 7월에도 연 2.25%로 0.25%포인트 올린 뒤 그해 11월 0.25%포인트 올렸다. 그 이듬해인 2011년 1월, 3월, 6월에 연달아 0.25%포인트를 인상했다.

이 총재 발언에 시장금리도 들썩거렸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46%포인트 상승한 연 1.384%에 마감했다. 이날 상승폭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지표물이 바뀐 지난 10일을 제외하고선 지난달 31일(0.065%포인트) 후 최고치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706%)는 0.029%포인트, 1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0.888%)는 0.019%포인트 뛰었다.

씀씀이 옥죄는 가계부채 우려

이 총재는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GDP갭(실제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의 마이너스가 내년 상반기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며 “경기회복 흐름에 맞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한국 경제가 기초 체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GDP갭이 마이너스를 해소한다는 뜻은 그만큼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4%로 추산했다.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올해 1분기 말 민간부채가 4226조원에 달하는 등 쌓이는 민간부채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16.3%로, 1년 전보다 15.9%포인트 상승했다. 쌓이는 민간부채로 원리금·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 씀씀이를 옥죄고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융불균형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경기·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물가뿐만 아니라 금융안정, 금융불균형 상황에도 유의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