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그 많은 여성 ADHD 환자들은 어디에 있나
주의산만, 과잉행동 등의 증상을 보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특정 성별이나 연령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 그런데 ADHD를 다룬 대부분의 연구와 책은 남자아이와 성인 남성의 증상을 다룬다. 여자아이와 성인 여성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사람들이 ‘ADHD’ 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도 남자아이의 모습이다. 대중매체에서 ADHD를 ‘천방지축인 남자아이의 얼굴’로 묘사해 온 영향이 크다.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는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ADHD 연구에서 여자아이와 여성 환자들이 배제된 배경과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어느 날 ADHD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받으며 이 책을 썼다. 그는 “ADHD는 여자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며 “‘우리’ 중에도 아직 진단받지 못한 여성이 많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만 4~18세의 ADHD 치료제 복용률을 살펴보면, 남성은 7.8%인데 여성은 3.5%에 불과하다. 반면 만 19~23세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4~5%로 성비 차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여성들이 소아·청소년기에 ADHD를 진단받지 못하다가 늦게 발견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ADHD 여성 환자의 증상은 가정에선 물론 학교에서도 무시됐으며, 의학 전문가들조차 스트레스·불안·우울 등의 문제로 자주 오진해왔다”고 설명한다.

그가 인터뷰한 미국 임상심리학자 앨런 리트만 박사에 따르면 여성 환자와 남성 환자의 증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의 증상이 과잉행동을 보이는 데 비해 여성의 증상은 부주의하고 구조화를 어려워하는 모습으로 발현된다는 것. 저자는 여기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성 역할로 인해 여성들의 증상이 다소 ‘조용하게’ 발현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여성들은 사회적 기대에 순응하기 위해 증상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ADHD에 관한 불완전한 정보와 성 고정관념으로 인해 ADHD 여자아이와 여성의 존재는 진료실 밖에서도 지워지고 있다”며 “여성을 배제한 역사로 인해 여성이 불공평을 경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