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란이 KLPGA투어 통산 1000라운드 출전 축하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허문찬 기자
홍란이 KLPGA투어 통산 1000라운드 출전 축하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허문찬 기자
24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라운드를 마치고 나온 홍란(35)의 왼쪽 눈이 충혈돼 있었다. 연이은 강행군으로 몸살 기운에 눈 실핏줄까지 터져 버린 것. 샷을 하기 버거운 상태였는데도 홍란은 15번(파5), 16번(파3)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으며 첫 홀에서의 실수를 만회했다. 그는 이날 프로 데뷔 후 1001번째로 치른 라운드를 1오버파 73타로 마무리했다.

홍란이 한국 여자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여자 골프 최초로 통산 1000라운드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3년 삼천리가 후원해 주기 시작할 때 이만득 회장님이 ‘최소 35세까지 투어를 뛰는 것이 조건’이라고 말씀하셨다. 30대가 되면서 지키기 쉽지 않은 약속이란 것을 하루하루 느꼈는데 그 약속을 잘 지켜낸 것이 뿌듯하다”며 웃었다.

12세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2005년 2월 프로에 데뷔한 후 17시즌 동안 한 번도 시드를 놓친 적이 없다. KLPGA투어 최장기 시드 유지 기록이다. 최다 대회 출전(341개 대회), 최다 예선 통과(279회) 기록도 갖고 있다. KLPGA투어에서는 통산 4승을 차지했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10세 때부터 10여 년간 매일 10㎞씩 뛰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에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홍란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대회로 2014년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을 꼽았다. 내내 1등을 달리다가 연장전에서 백규정(26)에게 우승을 내줬던 안타까운 대회다. “메이저대회여서 우승하면 4년 시드권을 얻을 수 있었어요. 당시 20대 후반이어서 그 혜택에 욕심이 났고 아쉬움이 더 컸죠. 하지만 그때 우승을 놓쳤기에 시드를 연장하기 위해 매 대회를 열심히 치르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KLPGA는 이날 홍란이 라운드를 마친 뒤 그의 1000라운드 달성 기념식을 열었다. 1라운드를 마친 30여 명의 후배가 자리를 함께하며 축하해 의미를 더했다. 홍란은 “어릴 땐 선배에게 배우고, 지금은 후배에게 배우며 한 홀 한 홀 치르다 보니 이런 기록까지 얻게 됐다”며 “1000라운드를 뛸 수 있도록 대회를 치러주시고 도와주신 스폰서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 저를 뛰어넘어 더 많은 기록을 쏟아낼 것”이라며 “후배가 갈 길을 먼저 개척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