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바이든 표 '인프라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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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효과는 어느정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듯합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출발했습니다. 지난주 하락 폭을 완전히 만회하고 다시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것입니다. 나스닥도 이틀째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나스닥은 나흘 연속 올랐는데, 이건 지난 2월 초 금리가 요동치기 전 이후 처음입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지속적인 시장 달래기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도 미국 경제가 아직 완전고용과 거리가 멀고 아직 금리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700만 개 가량의 일자리가 적으며,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이란 말이었습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올해는 높겠지만, 내년까지는 2%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날은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인플레 압력이 올해 4분기면 완화될 것)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고용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태)의 말도 '비둘기파'처럼 들렸습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Fed가 점도표에서 시시한 것처럼 2022년에 그리 쉽게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느려지는 경기 회복과 낮아지는 인플레이션은 Fed가 내년에 완화적으로 머물게 할 것이다. 경제 성장이 명목상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Fed가 매파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하기에는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합니다. 방향을 제대로 알기 어렵던 채권 시장도 안정세를 찾은 듯합니다. 이는 발행시장, 즉 국채 입찰에서 확연히 확인됐습니다.
이날 실시된 62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7년물 입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361배 수준으로 지난 여섯 번의 입찰 평균인 2.27배보다 높았고, 덕분에 발행금리는 연 1.264%로 직전 시장 금리(WI) 1.267%보다 0.3bp(1bp=0.01%포인트)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지난 22일, 23일 실시된 2년물, 5년물 입찰에서 발행금리가 직전 시장 금리(WI)보다 높게 낙찰됐던 것과 다릅니다. Fed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단기 금리가 가장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7000건 줄어든 41만1000건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 38만 건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그 전주에 7주 만에 다시 증가해 40만 건 수준을 높아졌는데, 이번에도 40만 건 수준을 유지한 겁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20만 건 대 초반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 가까이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청구건수가 전주 3만 건에서 4만4000건으로 늘어난 게(오류?) 큰 영향을 미쳤고,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까지 연속으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가 339만 건으로 전주 351만8000 건보다 14만4000 건 감소해 시장은 그다지 나쁘게 풀이하진 않았습니다.
5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2.3% 증가해 예상치 2.6% 증가에 못 미쳤습니다. 다만
지난 4월 내구재 수주는 1.3% 감소에서 0.8% 감소로 수정됐습니다. 또 민간 기업의 투자를 보여주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5월에 전월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4월 수치가 2.2% 증가에서 2.7% 증가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캐시 존스 찰스슈왑의 금리 전략가는 "전달 수치가 모두 상향 조정된 것을 고려하면 전체적 흐름은 투자가 여전히 괜찮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요즘 발표되는 경제지표에는 잡음이 많습니다. 그리고 수정이 많으므로 처음 발표된 수치를 믿을 수 없기도 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지표(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작 지표는 팬데믹 때문에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경제가 정상화되고 기저효과 등이 사라지는 9월은 되어야 지표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외에도 조그마한 호재가 많았습니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상장시킬 때 테슬라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라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 등으로 3.54%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투기적 수요까지 주식 콜옵션에 몰리면서 주가를 견인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1을 공개한 뒤 0.53% 올라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 달러 위에서 마감됐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7.31% 폭등했습니다. 은행주들도 장 마감 뒤 발표될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좋을 것'이란 예상 속에 강세를 보였습니다. 자사주매입 배당 등 주주환원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 마감 뒤 2분기 실적을 내놓는 나이키 페덱스 등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월가는 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시장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S&P 500 기업의 주당순수익(EPS)이 1년 전보다 64%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2분기가 경제 봉쇄로 최악이었던 기저효과도 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와 비교해도 약 8% 높은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추정치는 실제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미국 경제가 얼마나 호황을 누리고 있는지를 고려할 때 이런 추정치는 비정상적으로 낮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1분기가 그랬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 수익이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58% 폭증했었습니다.
실제 폐장 뒤 나이키는 주당 93센트의 순익을 올렸다고 발표해 월가 추정치인 42센트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페덱스의 EPS도 5.01달러로 예상치 4.99달러를 소폭 상회했습니다.
이날 예정됐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초당파 상원의원 21명(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과의 인프라딜 협상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그리고 오후 12시42분,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딜이 타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단숨에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 최근 그랬듯 기술주가 장을 이끌었는데, 그 직후부터 금융 에너지 산업주 등 경기민감주의 상승 폭이 커지더니 다우가 나스닥의 오름 폭을 추월했습니다. 나스닥도 장 막판이 되자 다시 소폭 살아났습니다. 결국, 모든 지수가 사이좋게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다우는 0.95% 상승했고, S&P 500 0.58%, 나스닥 0.69% 올랐습니다.
사실 1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딜 합의가 발표됐지만, 지수 상승폭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월가가 우려하던 증세 방안이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그랬습니다. 증시뿐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도 인프라딜 합의에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많이 찍어낸다면 금리가 올랐을 테지요. 몇 가기 이유가 있습니다. ① 규모가 작다
이번 딜은 5년간 9730억 달러를 지출하는 규모입니다. (이 중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은 5590억 달러 규모에 그칩니다. ) 8년간 이어진다면 1조2009억 달러입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발표한 ‘아메리칸 일자리 계획’의 2조2500억 달러나 수정 제안한 1조7000억 달러보다 훨씬 적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 교량 등에 1090억 달러, 전력 기반 시설에 730억 달러, 철도에 660억 달러, 광대역망에 650억 달러, 대중교통에 490억 달러, 공항에 250억 달러 등을 투자합니다. ② 증세가 없다
공화당은 증세를 원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40만 달러 미만의 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양측은 세금은 한 푼도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럼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까요? 국세청(IRS) 기능을 강화해 덜 걷히는 세금을 더 걷고, 기존 팬데믹 재정부양책에서 쓰이지 않은 불용예산 등을 돌려서 쓰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채권 금리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겁니다. ③ 통과 가능성?
이번 인프라딜에는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 투자 방안들이 집중적으로 담겼습니다. 민주당이 ‘아메리칸 가족 계획’으로 추진해온 보육과 교육, 노년층 복지, 주거 지원 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엘라자베스 워런 의원 등 민주당 좌파들이 벌써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민주당은 교육 복지 등을 중심으로 별도 법안을 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예산조정권을 발동할 계획이기 때문에 민주 50 대 공화 50으로 나뉜 상원에서 민주당 소속 50표를 그대로 확보하는 게 관건입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상원이 민주당의 우선 과제들을 처리할 때까지 이날 합의한 인프라 법안의 하원 표결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후 2시 바이든 대통령은 자랑스럽게 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여기에 찬물을 확 부었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정책 분석을 담당하는 알렉 필립스 수석 정치경제학자는 "재정이 어떻게 조달될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국세청이 새고 있는 세금을 더 거두려면 우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첨단 전산망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부양책으로 쓰고 남은 돈은 1조 달러보다 적기 때문에 '홍보'한 것보다 딜 규모가 적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민주당이 별도 법안으로 핵심 과제를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두 가지 법안을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건 하나를 통과시키기보다 어렵다. 특히 그 법안이 증세 계획을 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초당파 합의안의 발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계획 규모가 줄어들고 올해 증세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프라딜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당초 4조 달러가 넘는 딜을 추진하던 것에 비하면 재정 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이날 다우 지수가 1%도 오르지 못하고 채권 시장에선 금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출발했습니다. 지난주 하락 폭을 완전히 만회하고 다시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것입니다. 나스닥도 이틀째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나스닥은 나흘 연속 올랐는데, 이건 지난 2월 초 금리가 요동치기 전 이후 처음입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지속적인 시장 달래기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도 미국 경제가 아직 완전고용과 거리가 멀고 아직 금리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700만 개 가량의 일자리가 적으며,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이란 말이었습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올해는 높겠지만, 내년까지는 2%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날은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인플레 압력이 올해 4분기면 완화될 것)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고용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태)의 말도 '비둘기파'처럼 들렸습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Fed가 점도표에서 시시한 것처럼 2022년에 그리 쉽게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느려지는 경기 회복과 낮아지는 인플레이션은 Fed가 내년에 완화적으로 머물게 할 것이다. 경제 성장이 명목상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Fed가 매파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하기에는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합니다. 방향을 제대로 알기 어렵던 채권 시장도 안정세를 찾은 듯합니다. 이는 발행시장, 즉 국채 입찰에서 확연히 확인됐습니다.
이날 실시된 62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7년물 입찰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361배 수준으로 지난 여섯 번의 입찰 평균인 2.27배보다 높았고, 덕분에 발행금리는 연 1.264%로 직전 시장 금리(WI) 1.267%보다 0.3bp(1bp=0.01%포인트)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는 지난 22일, 23일 실시된 2년물, 5년물 입찰에서 발행금리가 직전 시장 금리(WI)보다 높게 낙찰됐던 것과 다릅니다. Fed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단기 금리가 가장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7000건 줄어든 41만1000건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 38만 건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그 전주에 7주 만에 다시 증가해 40만 건 수준을 높아졌는데, 이번에도 40만 건 수준을 유지한 겁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20만 건 대 초반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 가까이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청구건수가 전주 3만 건에서 4만4000건으로 늘어난 게(오류?) 큰 영향을 미쳤고,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까지 연속으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가 339만 건으로 전주 351만8000 건보다 14만4000 건 감소해 시장은 그다지 나쁘게 풀이하진 않았습니다.
5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2.3% 증가해 예상치 2.6% 증가에 못 미쳤습니다. 다만
지난 4월 내구재 수주는 1.3% 감소에서 0.8% 감소로 수정됐습니다. 또 민간 기업의 투자를 보여주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5월에 전월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4월 수치가 2.2% 증가에서 2.7% 증가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캐시 존스 찰스슈왑의 금리 전략가는 "전달 수치가 모두 상향 조정된 것을 고려하면 전체적 흐름은 투자가 여전히 괜찮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요즘 발표되는 경제지표에는 잡음이 많습니다. 그리고 수정이 많으므로 처음 발표된 수치를 믿을 수 없기도 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지표(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작 지표는 팬데믹 때문에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경제가 정상화되고 기저효과 등이 사라지는 9월은 되어야 지표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외에도 조그마한 호재가 많았습니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상장시킬 때 테슬라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라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 등으로 3.54%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투기적 수요까지 주식 콜옵션에 몰리면서 주가를 견인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1을 공개한 뒤 0.53% 올라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 달러 위에서 마감됐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7.31% 폭등했습니다. 은행주들도 장 마감 뒤 발표될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좋을 것'이란 예상 속에 강세를 보였습니다. 자사주매입 배당 등 주주환원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 마감 뒤 2분기 실적을 내놓는 나이키 페덱스 등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월가는 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시장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S&P 500 기업의 주당순수익(EPS)이 1년 전보다 64%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2분기가 경제 봉쇄로 최악이었던 기저효과도 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와 비교해도 약 8% 높은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추정치는 실제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미국 경제가 얼마나 호황을 누리고 있는지를 고려할 때 이런 추정치는 비정상적으로 낮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1분기가 그랬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 수익이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58% 폭증했었습니다.
실제 폐장 뒤 나이키는 주당 93센트의 순익을 올렸다고 발표해 월가 추정치인 42센트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페덱스의 EPS도 5.01달러로 예상치 4.99달러를 소폭 상회했습니다.
이날 예정됐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초당파 상원의원 21명(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과의 인프라딜 협상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그리고 오후 12시42분,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딜이 타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단숨에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 최근 그랬듯 기술주가 장을 이끌었는데, 그 직후부터 금융 에너지 산업주 등 경기민감주의 상승 폭이 커지더니 다우가 나스닥의 오름 폭을 추월했습니다. 나스닥도 장 막판이 되자 다시 소폭 살아났습니다. 결국, 모든 지수가 사이좋게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다우는 0.95% 상승했고, S&P 500 0.58%, 나스닥 0.69% 올랐습니다.
사실 1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딜 합의가 발표됐지만, 지수 상승폭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월가가 우려하던 증세 방안이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그랬습니다. 증시뿐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도 인프라딜 합의에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많이 찍어낸다면 금리가 올랐을 테지요. 몇 가기 이유가 있습니다. ① 규모가 작다
이번 딜은 5년간 9730억 달러를 지출하는 규모입니다. (이 중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은 5590억 달러 규모에 그칩니다. ) 8년간 이어진다면 1조2009억 달러입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발표한 ‘아메리칸 일자리 계획’의 2조2500억 달러나 수정 제안한 1조7000억 달러보다 훨씬 적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 교량 등에 1090억 달러, 전력 기반 시설에 730억 달러, 철도에 660억 달러, 광대역망에 650억 달러, 대중교통에 490억 달러, 공항에 250억 달러 등을 투자합니다. ② 증세가 없다
공화당은 증세를 원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40만 달러 미만의 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양측은 세금은 한 푼도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럼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까요? 국세청(IRS) 기능을 강화해 덜 걷히는 세금을 더 걷고, 기존 팬데믹 재정부양책에서 쓰이지 않은 불용예산 등을 돌려서 쓰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채권 금리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겁니다. ③ 통과 가능성?
이번 인프라딜에는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 투자 방안들이 집중적으로 담겼습니다. 민주당이 ‘아메리칸 가족 계획’으로 추진해온 보육과 교육, 노년층 복지, 주거 지원 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엘라자베스 워런 의원 등 민주당 좌파들이 벌써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민주당은 교육 복지 등을 중심으로 별도 법안을 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예산조정권을 발동할 계획이기 때문에 민주 50 대 공화 50으로 나뉜 상원에서 민주당 소속 50표를 그대로 확보하는 게 관건입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상원이 민주당의 우선 과제들을 처리할 때까지 이날 합의한 인프라 법안의 하원 표결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후 2시 바이든 대통령은 자랑스럽게 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여기에 찬물을 확 부었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정책 분석을 담당하는 알렉 필립스 수석 정치경제학자는 "재정이 어떻게 조달될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국세청이 새고 있는 세금을 더 거두려면 우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첨단 전산망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부양책으로 쓰고 남은 돈은 1조 달러보다 적기 때문에 '홍보'한 것보다 딜 규모가 적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민주당이 별도 법안으로 핵심 과제를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두 가지 법안을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건 하나를 통과시키기보다 어렵다. 특히 그 법안이 증세 계획을 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초당파 합의안의 발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계획 규모가 줄어들고 올해 증세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프라딜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당초 4조 달러가 넘는 딜을 추진하던 것에 비하면 재정 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이날 다우 지수가 1%도 오르지 못하고 채권 시장에선 금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