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알리바바 계열 공유 자전거업체 헬로, 텐센트가 투자한 메타버스 소셜미디어 앱 운영사 소울게이트가 하루 간격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중단했다. 중국 1위 승차 호출업체 디디추싱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로 예정했던 IPO 자금 조달 규모를 40억달러로 축소했다. 국내외 규제 강화로 인한 성장성 한계가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당국 눈치 보는 빅테크

규제 강화에…中기술기업 '뉴욕IPO' 잇단 중단
2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헬로는 전날 미국 뉴욕증시 IPO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2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신청한 지 두 달 만에 관련 작업을 전면 중지했다. 소울게이트는 지난달 10일 신청서를 냈다가 한 달여 만인 지난 23일 상장을 연기하겠다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알렸다.

헬로는 상장 신청서에서 자금 조달 목표를 1억달러로 제시했다. 이후 시장 조사를 통해 조달 금액을 늘릴 계획이었다. 소울게이트는 처음에 1억달러로 써냈다가 17일 2억27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헬로는 알리바바그룹의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자전거 공유에서 출발해 택배, 전기오토바이 제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전거 공유 부문에서 디디추싱, 메이퇀과 함께 시장을 삼분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회원은 1억8300만 명에 달한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헬로의 지분 36%를 갖고 있다. 헬로의 매출은 2018년 21억위안(약 3600억원)에서 지난해 60억위안으로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실은 22억위안에서 11억위안으로 줄었다.

소울게이트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 앱 소울을 운영하는 회사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소울은 2019년 330만 명에서 지난해 910만 명으로 이용자가 급증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잇달아 상장을 중단한 것은 중국 정부의 빅테크에 대한 견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이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이후 ‘시범 케이스’로 걸려 각종 규제를 선제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공유자전거사업을 하는 헬로와 디디추싱, 메이퇀도 당국으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소울게이트는 상장 신청서에서 밝혔듯 중국 정부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경쟁업체들이 소울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다음 타깃으로 점찍은 텐센트가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상장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이다.

빅테크 견제 지속 전망

올해 최대 규모 IPO로 주목받고 있는 디디추싱은 24일(현지시간) SEC에 주당 공모가 범위를 13~14달러로 결정했다고 신고했다. 주당 14달러를 기준으로 한 IPO 규모는 40억달러, 시가총액은 600억달러 안팎이다.

업계에선 이달 초 디디추싱이 상장 신청서를 냈을 때 IPO 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디디추싱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 역시 국내외 규제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운전기사 처우 개선, 금융업 자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승차 호출업체에 운전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대우하라는 판결과 법안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도 올 4월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