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으로 수출된 호주산 랍스터가 지난해 말 이후 20배 넘게 급증했다. 호주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동조한 데 따른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중국 수출이 막히자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회의체인 쿼드 출범 후 중국 정부가 호주산 제품의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면서 중국으로 향한 호주산 랍스터는 자취를 감췄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작년 10월 120만호주달러(약 10억원)에 그쳤던 호주산 랍스터의 홍콩 수출액은 올 4월 2500만호주달러(약 214억원)로 급증했다. 6개월 만에 수출 규모가 2000% 넘게 늘면서 홍콩은 호주산 랍스터 최대 수입국이 됐다.

데버러 엘름스 아시아무역센터 소장은 “봉쇄 조치 중인 홍콩 시민들이 6개월간 갑자기 20배 넘게 많은 랍스터를 먹었을 가능성은 없다”며 “고가 식재료인 랍스터는 무역 규정을 어겼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고 했다. 홍콩 수출분의 상당수가 중국 본토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붉은 랍스터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호주산 랍스터를 가장 많이 소비하던 국가다. 식감이 좋아 다른 랍스터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캔버라 수산개발공사에 따르면 2019~2020년 호주산 랍스터의 93%가 중국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호주산 랍스터의 중국 수출은 뚝 끊겼다. 지난해 10월 5240만호주달러였던 호주산 랍스터의 중국 수출액은 11월 33만8100호주달러로 99% 넘게 급감했다.

반면 홍콩으로 수출된 랍스터는 올 들어 4월까지 7820만호주달러에 달해 작년 한 해 동안 수출된 금액보다 세 배나 많았다.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이동한 어류와 갑각류 등은 지난해 9월 50만달러에서 4월 1060만달러어치로 크게 늘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