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을 완화하려면 남녀 서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쌓이면 갈등은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남녀가 충돌하는 주요 사안에 대한 ‘팩트’를 숫자로 살펴봤다.

(1) 남녀 임금 격차, 어느 정도일까

여성계에서 여성 불평등의 대표적 근거로 드는 것 중 하나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턱없이 덜 받는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여성 임금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6358원으로 남성의 69.4%에 머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격차가 가장 크다.

이에 대해 남성계는 “남녀 간 임금 격차는 고소득 직업을 얻는 데 유리한 공대·경영대 등으로 진학하는 남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출신 학교, 학과, 학점 등의 ‘스펙’이 남녀 간 동일하다고 가정해도 20대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82.6%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김창환·오병돈, 2019)도 있다.

(2) ‘여성 할당제’ 시행영역

남성들은 “능력이 아니라 성별을 우선시한다”며 ‘여성 할당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 할당제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배정, 국공립대 교수 임용 등 일부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도 내년 8월부터는 여성 임원을 최소 한 명 이상 둬야 한다.

다만 민간 기업 채용엔 여성 할당제가 없다.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이 제도로 채용된 공무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3) 군복무 남성의 피해 정도는

징병제는 ‘남성 역차별론’의 대표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군인 월급은 병장 기준 60만8500원이다. 남성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비해 1년6개월의 복무 기간에 총 2500만원의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 공공기관·기업은 군복무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해 호봉을 높여주지만, 군 가산점제는 1999년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졌다. 다만 군 현역 복무자가 ‘비(非)현역’에 비해 구직 기간이 평균 3개월 짧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김성훈, 2016)가 있다.

(4) 민·관 고위직 여성 비율

여성이 고위직에 발탁될 때마다 일각에서는 “능력이 아니라 성별 때문에 뽑혔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고위직 여성 비율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지난해 기준 중앙정부 1~3급 고위공무원은 1568명으로 이 중 여성은 121명(7.7%)에 불과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말 국내 상위 200대 상장기업의 등기임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임원은 전체의 4.5%에 그쳤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 비중이 73%에 달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