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장하나…'코스레코드 타이' 기록
역시 장하나(29·사진)였다. 대회 초반 커트 탈락의 위기를 겪은 그가 마지막 날에만 9타를 줄이며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는 모른다’는 골프계의 격언을 증명했다.

27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4라운드에 나선 그의 양 발목에는 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다. 그래도 특유의 칼날 같은 샷이 불을 뿜으면서 리더보드를 뒤흔들었다. 이븐파로 4라운드에 올라온 그는 단숨에 9개의 버디를 몰아치며 9언더파 279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민선(26)과 타이로 코스레코드까지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변에서는 몇 번이나 ‘강행은 무리’라는 얘기가 나왔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위경련에 시달렸고 입안이 다 헐어 식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날도 적지 않았다. 직전 대회였던 한국여자오픈에서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회 첫날부터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라운드 내내 절뚝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 4월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KLPGA챔피언십을 중도 포기하게 했던 발목 부상이 다시 한 번 그를 괴롭혔다. 매주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이 이어진 데다 최근 4개 대회 연속 가파른 산악지형 코스를 소화한 탓이다.

그래도 장하나는 4라운드 모두 완주해냈다. 밤마다 한 시간씩 마사지로 종아리를 풀고 찜질로 발목을 달래가며 다음 라운드에 섰다.

결국 그는 대역전극에다 코스레코드까지 만들어냈다. 4라운드를 10번홀(파5)에서 시작한 장하나는 첫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포문을 열었다. 특히 18번홀(파5)부터 3번홀(파5)까지 내리 4개의 버디로 절정의 샷감을 선보였다. 마지막 9번홀(파4)에서는 세컨드 샷을 홀 7m 거리까지 붙였고 버디 퍼트를 잡아내면서 9언더파로 최종 라운드를 마쳤다.

장하나는 “‘어차피 꼴찌인데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핀만 보고 쳤는데 홀 안으로 쏙쏙 잘 들어가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이번 시즌에 오버파로 끝낸 대회는 없었다. 그래서 ‘언더파로만 끝내자’고 편하게 마음먹었다”며 “오늘 퍼트 거리감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장하나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시즌 1승을 거뒀고 ‘가족 대회’도 만족스럽게 끝냈다”며 “남은 시즌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겠다. 우승도 더 추가하고 싶다”고 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