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전만 돌던 지독한 '연습벌레' 임진희, 포천 '행운의 언덕' 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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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1
임진희, 데뷔 5년 만에 우승
8할은 제주바람이 키워
초등 방과후 수업에서 입문
뒤늦게 고교에서야 본격 시작
남들처럼 국가대표는 꿈도 못꿔
뒷바라지 한 아버지에게 보답 원했지만
데뷔 3년간 상금순위서 밀려
후원사 '1577'은 "마음껏 해봐라"
57전 58기끝에 눈물의 첫 승
임진희, 데뷔 5년 만에 우승
8할은 제주바람이 키워
초등 방과후 수업에서 입문
뒤늦게 고교에서야 본격 시작
남들처럼 국가대표는 꿈도 못꿔
뒷바라지 한 아버지에게 보답 원했지만
데뷔 3년간 상금순위서 밀려
후원사 '1577'은 "마음껏 해봐라"
57전 58기끝에 눈물의 첫 승
27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4라운드는 역대급 대혼전이었다. 경기 후반 장하나(29)를 비롯해 박현경(22) 이정민(26) 등 5명 이상이 9언더파로 공동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벌였다.
그 안에는 임진희(23)의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그를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6년 프로에 데뷔해 2018년 정규투어에 입성한 무명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임진희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 한 타 한 타 줄여가며 가장 먼저 10언더파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끝내 우승컵을 안으며 한국 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방과후 수업에서였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 기대하지 않고 출전한 도내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자 재미가 붙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들 엄두는 내지 못했다. 적잖은 비용이 들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선수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골프를 접기는 아쉬웠다. 중학교 내내 고민하다가 골프에 전념해보기로 하고 전남 함평골프고에 진학했다. 대부분 프로선수가 늦어도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나서는 데 비하면 한참 늦게 시작한 셈이다. 크게 여유있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 역시 그를 믿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야심찬 도전과 달리 시작부터 한계에 부딪혔다. 주니어 시절 이렇다 할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골프 엘리트 코스’라는 상비군이나 국가대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올 들어 5승을 올린 ‘대세’ 박민지(23)가 그와 동갑내기이지만 눈에 띄는 교류는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었어요. 남들보다 최소 30분은 더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훈련했습니다. 골프에 전념해보겠다는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님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쉴 수 없었어요.”
60대를 바라보는 아버지가 계속 일을 하면서 그를 도왔다. 임진희의 마음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손을 내밀어준 곳이 지금의 후원사 ‘1577-1577’이다. 골프 애호가인 김동근 코리아드라이브 대표는 가능성 있는 골퍼를 돕고 싶으면서도 ‘중소기업이 감히…’라며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임진희와 인연이 닿았다. 지난해 2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 대회에서 선전한 그의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김 대표가 후원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코로나19로 대리운전업계가 고통받았지만 그런 내색도 일절 하지 않고 “필요한 건 언제든지 얘기하라”며 든든한 뒷배가 돼줬다.
‘연습벌레’ 임진희는 결국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고치를 벗고 화려한 나비로 날아올랐다. 매년 시드전을 치렀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2년간 시드권을 확보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임진희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우승을 제가 한 게 맞는지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항상 부모님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임진희라는 프로선수로 여러분 앞에 선 만큼 더 당당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올해 더 많은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필드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날아오를 임진희를 맞을 시간이다.
포천힐스CC=조수영/조희찬 기자 delinews@hankyung.com
제주의 바람이 키운 골퍼
임진희를 키운 8할은 제주의 바람이다. 그는 제주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가 30대에서야 얻은 늦둥이 외동딸이었다. 제주의 풍요로우면서도 다이내믹한 환경에서 골프의 기본을 익힌 덕에 그린 주변 쇼트게임과 퍼트에 강하다. 티샷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회복하거나 이를 버디로 연결해내는 기술이 탁월하다.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방과후 수업에서였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 기대하지 않고 출전한 도내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자 재미가 붙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들 엄두는 내지 못했다. 적잖은 비용이 들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선수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골프를 접기는 아쉬웠다. 중학교 내내 고민하다가 골프에 전념해보기로 하고 전남 함평골프고에 진학했다. 대부분 프로선수가 늦어도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나서는 데 비하면 한참 늦게 시작한 셈이다. 크게 여유있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 역시 그를 믿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야심찬 도전과 달리 시작부터 한계에 부딪혔다. 주니어 시절 이렇다 할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골프 엘리트 코스’라는 상비군이나 국가대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올 들어 5승을 올린 ‘대세’ 박민지(23)가 그와 동갑내기이지만 눈에 띄는 교류는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었어요. 남들보다 최소 30분은 더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훈련했습니다. 골프에 전념해보겠다는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님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쉴 수 없었어요.”
연습벌레의 ‘준비된 우승’
2부리그인 드림투어를 거쳐 2018년 어렵사리 KLPGA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만만치 않았다. 매년 상금순위에서 밀려 시드권을 잃었고 시드 순위전을 치러 부분 시드권을 얻었다. 올 시즌 치른 대회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9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오픈에서 거둔 최종 14위가 올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60대를 바라보는 아버지가 계속 일을 하면서 그를 도왔다. 임진희의 마음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손을 내밀어준 곳이 지금의 후원사 ‘1577-1577’이다. 골프 애호가인 김동근 코리아드라이브 대표는 가능성 있는 골퍼를 돕고 싶으면서도 ‘중소기업이 감히…’라며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임진희와 인연이 닿았다. 지난해 2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 대회에서 선전한 그의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김 대표가 후원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코로나19로 대리운전업계가 고통받았지만 그런 내색도 일절 하지 않고 “필요한 건 언제든지 얘기하라”며 든든한 뒷배가 돼줬다.
‘연습벌레’ 임진희는 결국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고치를 벗고 화려한 나비로 날아올랐다. 매년 시드전을 치렀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2년간 시드권을 확보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임진희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우승을 제가 한 게 맞는지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항상 부모님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임진희라는 프로선수로 여러분 앞에 선 만큼 더 당당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올해 더 많은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필드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날아오를 임진희를 맞을 시간이다.
포천힐스CC=조수영/조희찬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