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졌다가 충격땐 0.7초 만에 녹화
배터리 소모 막아 방전 예방
국내 블랙박스업체 수출 1위
작년 매출 848억 중 수출 836억
10여개 관련 기술 특허 획득
AI 블랙박스 등 개발 추진
엠티오메가는 주차 중에 꺼져 있다가 충격을 감지하면 0.7초 만에 켜지는 블랙박스를 개발한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가 만든 블랙박스는 상시 소모하는 전력이 없어 차량 배터리 방전을 막을 수 있다. 엠티오메가는 이른바 ‘0.7초 부팅 블랙박스’를 앞세워 8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블랙박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진국 엠티오메가 대표(사진)는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의 블랙박스 시장과 달리 이제야 열리기 시작한 글로벌 블랙박스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0.7초 만에 켜지는 블랙박스를 개발하기 위해 엠티오메가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응용프로세스(AP)부터 뜯어고쳤다. 반도체 제조사와 협업해 LCD 화면, SD 메모리카드, 와이파이 안테나 등 처음 전원이 들어온 뒤 초기화하면서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거나 뒤쪽 순서로 옮겼다.
대신 녹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카메라와 저장장치 관련 기능이 우선 구동되도록 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제조사가 절대 공개하지 않는 영역의 기술 협조를 얻기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반도체 제조사에 사실상 파견근무 보내다시피했다”고 말했다.
엠티오메가는 0.7초 부팅 외에 블랙박스 관련 특허만 10개 이상 획득했다. 녹화 중 비정상 종료에도 동영상 파일이 깨지지 않게 하는 기술, 블랙박스 영상 위·변조를 감지하는 기술 등이다. 이 대표는 “벤처기업으로서 한정된 자본과 인력을 영업과 마케팅 등 다른 영역에 투입하는 것보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블랙박스 관련 특허로는 국내에서 1위”라고 했다. 이를 위해 엠티오메가는 전체 직원(76명) 중 절반 이상(44명)을 전문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웠다. 이 가운데 석·박사급 인력이 10명을 넘는다.
기술력을 확보한 엠티오메가는 포화 상태인 한국을 벗어나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에선 개인정보보호 규제 때문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에 제한이 많았다. 교통사고 후 처리에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이제 막 블랙박스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엠티오메가는 외국 완성차에 장착하는 블랙박스를 납품했다.
엠티오메가는 2019년 1029억원의 매출 중 988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국내 블랙박스 제조사 중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수출을 기록했다. 2016년 235억원의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3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사이 수출 기준 10배 넘는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에도 8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 비중은 836억원에 달했다. 엠티오메가는 2019년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2021년 벤처1000억 기업, 월드클래스기업 등에도 선정됐다.
엠티오메가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블랙박스 등을 개발하며 기술 수준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량에 설치되는 카메라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나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모두 계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자체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자동으로 사물과 번호판을 인식하는 등 에지 AI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추가로 카메라에 들어가는 레이더 등 부가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