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 취업자가 15개월째 감소하고 재고도 24개월째 증가하는데 자금 사정마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9월 말 종료 예정인 금융권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130조원 대출 만기 연장 조치와 하반기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자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8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소 제조업 취업자는 35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7000명(1.0%) 감소했다. 대기업 제조업 취업자가 7.0%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로 대다수 지표가 개선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소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 제조업 취업자 수는 앞으로 중소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선행지표 성격도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 경쟁력에 좋지 않은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중소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 능력과 국가 부가가치의 핵심 산업”이라며 “3만여 개 뿌리기업 등 제조업 근간 기술을 가진 곳이 많아 이들의 고용위기는 대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 제조업의 재고는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해 2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생산 대비 판매가 저조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소제조업 자금사정지수(BSI)는 전월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74.0을 기록했다.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월 현재 84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1%(77조6000억원)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고용과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이 하반기 대출 만기 도래와 금리 인상 등 금융 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9월 말 이후 기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분(130조원)에 대해 추가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민선 중기연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 제조업체의 자금 사정과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에서 하반기 경제정책은 ‘소프트랜딩’이 중요하다”며 “중소 제조업체의 사업전환 컨설팅을 강화하고 고용 유지 조건으로 대출을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한국형 PPP(급여보호 정책)’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