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의 상황 진단과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이다. 정부는 상반기 성장·수출·고용·대외신인도 등 거시지표를 제시하면서 3.2%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2%로 대폭 높여 잡고, 내년 전망치도 3.0%로 제시했다. 상반기 수출 호조가 주목할 만하지만, 투자·소비는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도 컸다. 다소 개선된 고용도 일자리 시장의 질적 변화라기보다 기저효과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자재와 소비자물가 같은 불안요인을 두루 감안한다면, 성급한 낙관론에 빠져 경제 실상을 오판하는 상황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하반기에 추진하겠다는 ‘3+2 정책방향’을 보면 가짓수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의미 있는 방향 전환이나 새로운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시장과 민간에서 듣고 싶은 것은 ‘미래전략산업 집중 육성’ 같은 그럴듯한 말보다 ‘무엇을 어떻게 기업친화적으로 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일 것이다.

구조개혁 아젠다에서도 네 가지 과제를 제시하기는 했다. 하지만 노동·재정·공공 부문 혁신안은 민간과는 인식차가 너무도 현격하다. 노동개혁 이슈만 해도 기껏 ‘주 52시간제에 따른 지원 지속과 보완’ 정도일 뿐, 노조 쪽으로 확 기운 노동시장 전반을 바로잡겠다는 내용은 없다. 무분별한 돈풀기가 중앙정부를 넘어 지방자치단체로 광범위하게 퍼져가는 판에도 고작 구속력도 없는 ‘한국형 재정준칙 법제화’가 재정혁신안이다. 공공혁신 계획도 핵심에서 빗나간 구색용이라는 의구심만 키운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 배제’와 ‘선거 배제’다. 경제를 경제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표를 잣대로 삼으면 혁신은커녕 속병만 키우게 될 것이다. 8개월여 남은 내년 대통령선거와 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에 따른 ‘정치리스크’가 그만큼 크다. 용처도 확정하지 않은 채 물경 33조~35조원을 더 풀겠다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이 단적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오롯이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돼도 확장재정에 따른 타당성 논란이 계속될 판에, 여당 주도의 선심성 나눠주기로 끝나면 하반기 경제운용도 헛구호에 그치게 된다.

성큼 다가선 인플레이션 파고에 대응하려는 한국은행 금리정책이나 코로나 쇼크를 이유로 미뤄온 부실기업 대출상환 문제도 선거논리 배제가 최대 관건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제를 정치의 하위수단 정도로 여기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정치·선거 리스크를 극복하는 데 경제관료들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