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를 자동차로 치어 다치게 했더라도 운전 중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민식이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대전 유성구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천천히 차를 몰던 중 인도 쪽에서 갑자기 차도로 뛰어나온 아이를 치었다. 당시 술래잡기 중이던 아이는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어린이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며 운전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일명 민식이법)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유석철)는 지난 23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로로 진입하는 아이가 블랙박스 등 영상에 출현한 시점부터 차량 충돌 시점까지 시간이 약 0.5∼0.6초로 계산된다”며 “전방이나 좌우 주시를 잘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도 비슷한 판결이 있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지난 1월 13일 민식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당시 재판부는 “아동이 갑자기 도로로 나와 승용차 앞 범퍼가 아닌 운전석 측면에 부딪혔다”며 “블랙박스 영상에 아동이 등장한 시점부터 충돌까지 0.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