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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휴젤의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대상은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44%다. 휴젤 인수전은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전에는 GS그룹 외에도 신세계그룹,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 등 총 3~4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실무는 BOA메릴린치가 맡고 있다.
GS그룹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 업종은 성장성이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사회를 지향하고 있어 미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그룹 내부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에 보수적이었지만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단위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실탄도 넉넉하다.
이번 거래는 GS그룹 내 허서홍 사업지원팀 전무가 주도하고 있다. 사업지원팀은 그룹 신사업 등을 발굴하는 게 주요 업무다. 2019년 꾸려진 이 팀은 유망 벤처 등에 일부 투자를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행보는 없었다. 허 전무는 지난해 GS에너지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0월 정기 인사가 아닌 10월에 허 회장이 '원포인트 인사'로 지주사로 불러들여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GS ITM, GS 칼텍스 등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된 것이 드러나 허 전무에게 힘이 실릴 수 있을지 관건이다. 허 전무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허 전무는 현재도 두 회사의 사내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된 국내 1위 보톡스 업체다. 시장점유율 50% 수준이다.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5년까지 선두였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고 품목 허가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2015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동 창업자 중 2명이 보유 지분을 정리했고, 나머지 1명이 2017년 지분을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 27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 원이었다.
GS그룹이 휴젤을 품으면 허 회장 체제 들어 첫 대규모 빅딜이다. GS그룹 내 역대 최대 M&A이기도 하다. 의지는 남다르다. GS그룹은 높은 가격을 제시해 가장 유력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젤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없는데다 국내 보톡스 산업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로 가격 경쟁이 심화돼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GS그룹이 끝까지 완주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GS는 최근 10년간 조단위 M&A를 성사시킨 경험이 없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하이마트 등 대규모 거래에 뛰어들었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했지만 입찰에는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 들어 GS리테일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소수 지분을 투자한 게 전부다. 휴젤의 경우 매각가가 2조원이 넘는 대규모 거래인 불확실성이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과거 LG투자증권에서 IB 부문을 거쳐 M&A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고 그룹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M&A를 해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휴젤을 통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