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세금 폭탄과 선거 패배 데자뷔
2006년 5월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16석 중 12석을 휩쓸며 압승했고, 여당은 전북(지사) 한 곳만 겨우 건졌다. 2004년 총선에서 과반(152석)을 차지한 정당이 불과 2년 만에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여당은 바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고, ‘부동산 정책 실패’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고 결론지었다.

2006년 한 해에만 11.6% 급등한 집값이 문제였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도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2005년 ‘8·31 대책’을 통해 2주택자 양도세율 50% 중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6억원(종전 9억원)으로 강화, 실거래가 과세 등 융단폭격식 세금 규제를 가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오히려 ‘부동산 무능 정부’가 ‘세금 폭탄’까지 투하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세금 폭탄' vs '부자 감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방선거 민심을 반영한다며 부동산 세제 조정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완강하게 버틴 게 문제였다. 보유세를 높게 매겨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투기로 얻은 이익은 양도세 강화로 철저히 환수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그러는 사이 집값 이상으로 세금 폭탄에 대한 반감이 커져갔다. 이듬해인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는 “민심이 요지부동하는 이유가 결국 세금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세금 폭탄이란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떠난 민심을 돌려세우진 못했다.

15년 전 상황인데도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보면 판박이로 닮았다. 꼭 데자뷔 같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지도부 역시 원인을 부동산 세금 규제에서 찾았다. 두 달여간 부동산 세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이번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이 문제였다. ‘부자 감세가 어떻게 민주당 당론이 될 수 있느냐’ ‘집값 폭등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인데, 왜 부자 감세가 먼저냐’는 원론적 반대였다. 다시 ‘세금 폭탄’과 ‘부자 감세(비판)’ 담론이 맞붙은 형국이다.

기대만큼 크진 않지만 세부담 완화가 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졌고, 여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내리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점은 과거와 다르다. 정부 측도 반대 기류가 강하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상위 2% 종부세 부과가) 조세법률주의 위반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불거진 여당 내 ‘부자 감세 반대’ 목소리가 내년 대선 때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끄는 게 사실이다.

이번엔 민심 제대로 읽을까

14년 전 대선 결과도 그랬지만, 일단 국민 여론은 ‘세금 폭탄은 답이 아니다’에 기울어 있다. 지금도 부동산 보유세 급증에 따른 중산층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세 최고세율을 두 차례에 걸쳐 45%까지 올리는 ‘부자 증세’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 비판의 호소력도 예전만 못하다. 복지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원 확보를 위한 세수 증대는 불가피하지만, 이를 분배 개선을 위한 고소득층 표적 증세로 몰고 가는 것은 경제활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는 점을 국민도 이젠 안다.

결국 부자 증세로만 풀어서도 안 되고, 부자 감세 비판 목소리만 높일 일도 아니다. 그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재정 퍼주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정 집행의 효율화를 기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의 기본원칙, 국민 모두가 재정 수요에 대한 보편적 부담을 지는 국민개세(皆稅)주의 원칙에 맞게 세제를 손보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