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취임 후 처음 나선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시의회 110석 중 101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오 시장의 교육사업에 집중 포화를 날렸다. 이에 따라 시 안팎에선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저소득층 대상 교육 플랫폼 사업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9일 열린 서울시의회 ‘301회 정례회 시정·교육행정’ 질문의 주요 타깃은 ‘서울 런’이었다. 서울 런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유명 학원 및 강사들이 출연하는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공 온라인 플랫폼이다.

오 시장은 추가경정예산안에 서울 런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예산 58억원을 책정해 제출했다. 하지만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과 EBS에서 시행 중인 사업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채유미 의원(민주당)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이런 사업은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며 “오 시장의 철학만으로 이렇게 무모한 사업을 교육청과 교육감 권한까지 훼손하면서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서윤기 의원(민주당)도 “이미 EBS 인터넷 강의 등이 훌륭한데 왜 새로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이 사업은 100%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 런을 추진하는 진심이 무엇이냐”는 서 의원의 질문에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어 희망을 주는 게 정책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융단폭격에 제대로 된 답변을 거의 하지 못했다. 발언 와중에 의원들이 말을 자르는 경우가 많아 급기야 “제가 말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이라며 읍소했지만, 이조차 발언을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정례회를 기점으로 오 시장 취임 후 한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오 시장·시의회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시장이 시의회와 공식적으로 질의·응답하는 첫 자리 치고는 격양된 발언이 오갔다”며 “당초 ‘협치’를 강조하던 분위기는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오 시장과 조희연 서울교육감에 대한 시정·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이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