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古 한글 금속활자…600년간 묻혀있던 '세종의 꿈'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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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보물급 1600여점 서울 인사동서 발굴
훈민정음 창제당시 사용 '동국정운式 활자' 실물 첫 확인
천문시계·총통까지…학계 놀라게한 땅 속 '과학박물관'
훈민정음 창제당시 사용 '동국정운式 활자' 실물 첫 확인
천문시계·총통까지…학계 놀라게한 땅 속 '과학박물관'
![문화재청 관계자가 29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1455~1461년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금속활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범준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788232.1.jpg)
최고(最古) 한글활자 다수 출토
![最古 한글 금속활자…600년간 묻혀있던 '세종의 꿈' 깨어났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789102.1.jpg)
출토 유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만 사용됐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이 반영된 한글 금속활자들이다. 동국정운식 표기법은 중국의 한자음을 표시하기 위해 고안돼 15세기에만 사용됐다. 훈민정음 첫 구절인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에서 중국을 의미하는 ‘듕귁’이 대표적인 용례다. 극히 희귀한 ‘연주활자’도 10여 점 출토됐다. 연주활자는 인쇄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한문 사이에 자주 썼던 한글 토씨 ‘이며’ ‘이고’ 등 두 글자를 하나로 표기한 활자다.
이 한글활자는 1455~1461년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현 경북대 교수는 “이번에 나온 글자들은 1461년 찍은 책인 ‘능엄경언해’의 글자와 같은데, 여기에 사용된 한자활자가 1455년 을해자(乙亥字)이기 때문에 한글활자도 비슷한 시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활자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연간 갑인년(1434년)에 만든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발견된 것도 길이 남을 만한 발견이다. 1796년 3월 17일자 정조실록을 보면 정조가 “세종조에 주조한 갑인자를 사용한 지 300여 년이 됐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만큼 갑인자의 완성도가 높아 오랫동안 쓰였다는 얘기다. 이승철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팀장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 40여 종 가운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것이 갑인자”라고 설명했다.
자동 물시계 부품 등 과학 유물도
![자동 물시계의 시보 장치인 ‘주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789103.1.jpg)
이번에 발굴된 금속 유물들은 1588년 이후 어느 시점에 한꺼번에 묻힌 것으로 추정됐다. 금속활자를 제외한 유물은 모두 일정한 크기로 부러져 있었다. 당시 이곳에 살던 주민이 임진왜란 등 전쟁을 피해 도망가기 전 재산을 보전할 목적으로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발굴 조사를 지휘하는 오경택 수도문물연구원 원장은 “유물이 묻힌 땅은 당시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평범한 주택의 창고 밑으로 보인다”며 “주민 등이 전쟁통에 도망치면서 조선시대 비싼 금속이었던 구리 등을 일부러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천문시계 ‘일성정시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789104.1.jpg)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