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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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시작된 ‘따상(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 대비 160% 상승)’ 열풍이 장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주가가 상장 당시에는 따상을 찍었던다가도 이내 힘을 잃고 있어서다. 시장 안팎에서는 ‘IPO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상장 절차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따상 열풍 속에 앞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작년 7월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IPO 대어로 꼽혔던 새내기 주식들 중 따상에 실패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와 하이브(상장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만 현재 주가가 상장 첫날의 종가보다 위에 있다.

‘배그’가 전부인데…비교 그룹에 월트디즈니 포함돼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크래프톤은 전날 “이번 주 중 IPO 일정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을 정정하라고 요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공모가 밴드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진단키트 대장주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SD바이오센서도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고 공모가 밴드를 40% 가량 낮춘 바 있다.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기재한 증권신고서를 지난 16일 제출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3조393억~28조194억원의 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현재 증시에서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18조682억원으로 크래프톤의 공모가밴드 최하단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적을 보면 크래프톤이 과도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크래프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272억원으로, 엔씨소프트의 567억원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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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크래프톤의 수익 창출이 ‘배틀 그라운드’ 하나에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게임 지적재산권(IP)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다.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비교(peer) 그룹에 글로벌 1위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를 넣은 점도 논란이다. 수많은 IP를 보유한 데다 최근에는 보유 IP를 활용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월트디즈니와 배틀그라운드 하나에 대부분의 실적을 의존하고 있는 크래프톤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금감원도 정정신고서에 이 부분을 설명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크래프톤 공모주를 받아도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 후 유통가능 물량은 상장주식수 대비 38.5%로 추정돼 작년 7월 이후 상장한 4대 IPO 종목의 상장일 평균 유통가능물량 비율 13.8% 대비 매우 높은 편”이라며 “외국계 주관사 인수 비율이 55%로 (보호예수) 미확약 배정분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IPO도 영향받나…카뱅 공모가밴드, 장외 시총 절반 수준

크래프톤의 고평가 논란이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등 향후 IPO가 예정된 대어들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뱅크에는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일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밴드를 3만3000~3만9000원으로 제시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15조6783억~18조5289억원이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식 가격은 주당 9만6000원으로, 시가총액이 약 39조원에 이른다. 회사가 장외 시장에서 평가된 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한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 등이 고평가 논란에 시달린 걸 의식해 예상보다 공모가 밴드를 낮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앱 화면./사진=한국경제
카카오뱅크 앱 화면./사진=한국경제
공모 시장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로는 100조원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전부를 보유한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58조5916억원에 그친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의 지주사 할인 트렌드를 감안하더라도 둘 중 하나의 가치가 심각하게 왜곡됐다.

‘따상 실패’ 하이브·SKIET만 상장 첫날 종가 이상 유지

상장 절차에 나설 예정인 대어들의 가치가 치솟는 배경은 따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인다. 따상 현상이 나타나면 공모주를 받기만 하면 며칠 만에 16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를 기대하고 IPO 대어의 상장 첫날 추격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다.

그러나 IPO 대어가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다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SK IET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인 21만원으로 형성되기는 했지만, 소폭 오르다 미끄러져 시초가 대비 26.43% 하락한 15만4500원에 마감됐다. 하이브 역시 상장 첫 날인 작년 10월15일 개장 직후 따상을 찍기는 했지만, 이후 하락반전해 시초가 27만원보다 4.44% 하락한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따상 열풍 이후 상장한 대어 중 장기적으로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종목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중 전일 종가가 상장 첫날 종가보다 높은 종목은 따상 마감에 실패한 하이브와 SK바이오사이언스 뿐이다.

공모가와 비교하면 SK바이오팜이 151.02%, 카카오게임즈가 129.58%, 하이브가 131.11%, SK바이오사이언스가 144.61%, SK IET가 59.05%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