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철희(왼쪽) 정무수석과 대화중인 김외숙 인사수석. 연합뉴스
지난 5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철희(왼쪽) 정무수석과 대화중인 김외숙 인사수석. 연합뉴스
"여의도 생활 수십년에도 문재인 정권의 진짜 실세가 김외숙 인사수석임을 내 미처 몰랐다니 자괴감이 든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관은 지난 28일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이같은 내용을 SNS에 올렸습니다.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영끌투자' 등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자 쓴 글 입니다.

청와대는 김 전 비서관의 부동산 투자내역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때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본인 해명과 매각 계획이 있어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권 내에서도 김 수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대구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서민과 집이 없는 사람들이 대출이 안 돼서 쩔쩔매는데 54억을 대출해서 60억대 땅을 사는 이런 사람"이라면서 "왜 이런 사안이 잘 검증되지 않고 (김기표 비서관이) 임명됐는가에 대해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혜련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에 나와 "인사수석이 총책임을 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변명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김 수석 책임론을 전면적으로 제기했습니다. 5선 중진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의원은 "대통령이 결단하기 전에 김 수석이 스스로 거취 결정을 해야 한다"고까지 언급했습니다.

물론 인사 검증은 인사수석이 아닌 민정수석의 업무영역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사를 추천한 김 수석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 수석은 인사 문제로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택시 기사 폭행으로 사퇴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두고 김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즉각 해임과 수사 의뢰를 요구했습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비위 의혹이 넘쳐나는 인물들"이라고 지적하면서 김 수석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김 수석은 법무법인 부산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8월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 문제로 수석비서관급 인사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냈을 때도 김 수석은 유임됐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오늘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 수석 경질 문제에 대해 "책임 여부를 봐야겠다. 실제로 책임져야 될 부분이 있는지는 청와대 내에서 비서실장이나 누가 한번 살펴보지 않을까 싶다"고 거리를 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김 수석에 대해 여권에서 날센 비판이 쏟아진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듯한 모습입니다.

김 수석은 과연 이번에도 자리를 지키게 될까요? 문재인 정부 '실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