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채용 대신 공채로 청년 더 뽑으라는 장관
지난 28일 저녁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변인실과 노사협력정책관실, 청년고용기획과에는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이날 아침 일찍 있었던 안경덕 고용부 장관과 30대 기업 CHO(인사노무 담당 임원) 간담회 때문입니다. 좋은 취지로 기획한 행사인데, 전혀 생각지도 않게 언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졌기 때문인데요.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주요 신문 가판이 나오고 이를 수습해야 하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안 장관은 이날 아침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기업 CHO들에게 "수시채용이 아닌 공개채용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충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의 고용회복이 유독 더뎌 국내 주요 기업들을 향해 청년 채용에 신경써달라는 당부였습니다.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간담회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청년 취업난, 또 다른 하나는 중대재해법으로 지난달 초 안 장관이 취임한 이래 가장 신경쓰고 있는, 고용부 안팎에서는 '안경덕 정책브랜드'로 불리는 분야입니다.

참고로 고용부 장관의 CHO간담회는 연례행사입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열렸습니다. 이날 제1주제였던 청년채용 안건은 안 장관이 직접 선택한 것이었다는 후문입니다. (통상 이런 종류의 간담회 자료는 해당 과에서 완성해 장관은 행사 전날 오후에서야 처음 받아보는 게 관행입니다.)

안 장관은 간담회에서 “수시 채용 중심의 채용 트렌드 변화에 따라 청년들은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직무 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이런 청년들의 불안과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채 채용 제도에 대한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인식과 활용을 당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고용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책임이 있다"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30대 기업이 앞장서서 청년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도 했습니다.

간담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입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활동을 허용한 개정 노조법 △보완장치 없는 주 52시간 확대 △기업과 경영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중대재해법 등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긴 했지만 일상적인, 조율된 발언이었다고도 합니다. 행사장 입장 때는 안 장관과 손 회장이 서로 자리를 내어주며 '화기애애'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고요.

문제는 간담회가 끝나고 일부 참석자들의 '참전평'이 나오면서 불거졌습니다. "온갖 친노동 성향의 정책만 잔뜩 펼쳐놓고 이제와서 무슨 낯으로 채용을 늘리라는 것인가"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민간기업의 채용 시스템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도 가세했습니다. 한경 사설 <기업환경 이 지경 만들어놓고 '청년 뽑아달라' 읍소하나>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이밖에 <고용장관 "공채 늘려 청년 더 뽑아달라"…대기업 "채용시장 역행"> <고용부, 30대 기업에 "공채 늘려라"> 등의 기사도 있었습니다.

결국 고용부는 29일 해명에 가까운 설명자료까지 냈습니다. 제목은 이랬습니다. "정부는 기업에 특정 채용방식을 강요한 것이 아니며, 청년 채용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용부는 "공채 제도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인식과 활용을 당부하고, 수시·경력직 채용의 경우에도 직무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불합리한 차별 해소 등에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정부는 또 언론 보도에 대해 실제 간담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일부만 부각해 비판했다며 불만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에 30대 그룹 CHO가 아닌 3000명이 넘는 'CHO insight 뉴스레터' 독자님들의 생각을 구해보고자 합니다. 아래 '깜짝 설문'을 클릭해 1분만 시간을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익명 설문입니다. 기업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취합해 다음 뉴스레터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수시채용 대신 공채로 청년 더 뽑으라는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