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행위 직원 징계, 법원에서 인정받으려면…
영업사원 A는 상습적으로 자기 집 인근의 술집에서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법인 카드로 술값을 결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유사한 형태의 법인카드 결제가 수개월에 걸쳐 수십 차례 이루어진 사실도 밝혀졌다. 회사는 A를 징계하고자 한다. 그런데 A는 거래처 담당자들과 만나 업무 협의를 한 것이지 개인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다. 추가 조사를 해 보니 A가 거명한 인물 중 일부는 거래처 담당자로 확인되기도 했지만 일부는 이미 퇴사해 연락이 되지 않거나, 진술을 거부하거나, 기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가상의 사례지만, 비위행위 조사와 후속 징계 실무를 하다보면 이런 식으로 비위행위 확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 기업에서는 비위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쉽게 가능성이 몇 %인지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 사례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A의 부정사용에 대한 직접증거는 없지만 그 사실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간접증거는 상당 수 있고, 따라서 문제가 된 카드사용의 대부분이 부정사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50%를 약간 넘는다는 판단 아래 편의상 51% 확신을 가진 상황이라고 답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이러한 51% 확신의 상황에서 A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사실로 인정하고 징계하는 것이 적절할까? 바꿔 말하면 부정사용이 있었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다면,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 법원도 같은 의견을 가진다면, 법원에서 징계 사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만약 더 높은 가능성이 필요하다면, 그 가능성은 몇 %이어야 하는가?

◆회사는 강제조사권 없고, 비위 혐의자는 극구 부인
어떠한 결과에는 상호 경합하고 보완하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어떤 행위는 맥락을 떠나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과거 사실 재현을 통한 확증은 어려운 일이다. 내부조사를 본격적으로 해본 사람은 동의할 것이라고 90% 확신한다. 대개 징계혐의자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시도하고,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강제 조사권이 없다. 51%를 넘는 확신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발하는 구조적 이유다. 따라서 51% 확신상태에서 징계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기타 어떠한 보완조치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한 징계제도 운영을 위해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참고할만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다. 회사 물품을 무단 반출하는 차량을 아무런 검문 없이 통과시킨 경비업체 경비직원이 직무태만을 이유로 해고된 사안이다. 우선 경비직원들에게는 무단 반출을 알고서도 묵인했다고 의심할만한 간접적 정황이 상당 수 있었다. 예컨대 초소는 구조상 내부에서도 유리벽을 통해 통과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무단 반출 차량은 식별이 용이한 대형 덤프트럭이었으며, 초소 통과 과정에서 50-55 데시벨에 달하는 소음을 발생하며, 초소 앞에는 방지턱이 있어 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또 무단 반출 차량 앞뒤로 초소를 통과한 다른 차량은 검문을 받은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무단 반출 차량은 서로 다른 날, 다른 시각에 여러 차례에 걸쳐 무단 반출이 이루어졌음에도 단 한 차례도 검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경우 경비직원들이 무단 반출을 묵인했다는 사실은 인정받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에 경비업체는 이 직원들이 무단 반출에 관여했다며 전원 해고했고, 2심 판결* 역시 동일하게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대법원 "비위 사실에 고도의 개연성 증명돼야 해고 가능"
그러나 대법원**은 2심과 달리 경비직원들의 무단 반출 관여가 해고를 정당화할만큼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지 않았다. 우선 대법원은 해고는 비위 사실이 '고도의 개연성'이 있게 증명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무단 반출의 적발을 실패한 횟수가 경비직원 1인당 2-3차례인 점 △초소에 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아 서행 통과를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지나갈 수 있는 점 △경비직원들이 무단 반출을 시도한 자와 공모를 한 정황이 없는 점 △무단 반출이 적발된 통행에서 일부 경비직원이 의심 정황을 전파하기도 한 점 등을 들어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없으므로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위 사안은 징계사실 인정의 원칙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할 포인트를 제공한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2심 판결에서 엿보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대법원이 지적한 것처럼 경비직원들은 서로 다른 날 근무하였으므로 구체적 근무상황이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개별 경비직원이 덤프트럭을 두 세 차례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결정적으로 2심 판결에는 경비직원들과 무단 반출자 사이 공모 정황이 없는 점, 일부 경비직원이 스스로 의심 정황을 전파하기도 한 점과 같이 경비직원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사실을 진지하게 고려한 흔적이 없다. 2심 법원이 '감'에 의해 선제적으로 결론(무단 반출 인정)을 내리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사실만 정당한 근거로 선택한 인지적 오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법원이 징계사실 인정과 관련해 설정한 기준, 즉 '고도의 개연성'이다. 2심 판결에 열거된 초소 구조, 의심스러운 현황기록부 기재 등은 경비직원들이 무단반출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무단반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볼 정황도 있지만 무단 반출에 관여한 것으로 볼 여지가 더 크다. 즉 51% 확신을 주는 상황에 가깝다. 2심 판결이 무단 반출 관여를 인정한 것에는 이런 배경도 있다고 본다.

◆학계 "법원서 인정받으려면 최소 70% 이상 확신 필요"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고도의 개연성' 기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도의 개연성'은 재판상 사실 인정에 요구되는 특정한 확신을 가리키기 위하여 사용되는 표현으로, 최소한 70% 이상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민사소송법 학계의 일반적 논의로 보인다.*** 대법원이 이 사안을 어느 정도 확신을 주는 상황으로 보았는지는 명시되지 않으나 '고도의 개연성'을 기준으로 삼는 이상 대법원의 결론과 다를 수는 없다. 이 사안에서는 일부 경비직원이 무단 반출 사실을 전파하기도 하는 등 강력한 반대 정황의 존재로 인해 51% 확신을 가지는 상황일 수는 있지만, 70% 이상의 확신으로 무단 반출 사실을 입증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고도의 개연성' 기준상 기업 인사담당자는 비위행위 조사 후 51% 정도의 확신을 가지는 상황에서는 징계 실행을 보류함이 좋을 것 같다. 노동위원회와 법원 공방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불리한 증거가 나올 불측의 위험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만큼 징계, 특히 해고의 입증 책임은 이행이 어렵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고도의 개연성' 있는 입증이 어렵다면 기업은 징계 대신 처우와 업무 조정, 법인카드 관리 강화 등 다른 조치를 실행하거나 좀 더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 그 실행을 보류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고도의 개연성' 기준은 인사 담당자들에게 징계를 전제로 하는 조사과정에서 확증, 또는 확증에 준하는 증거 확보를 위해 철저한 준비와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예컨대 A씨 사건의 경우, 거래처 협조를 얻어 거래처 담당자를 전수조사하는 방안, A 진술이 허위임을 증명하는 내부제보를 확보하는 방안, A의 거래처 관리방식에 관한 동료 진술을 받는 방안, 본인 동의를 받아 SNS 기록, 이동경로 앱 등 핸드폰이나 자동차 블랙박스에 저장된 전자기록에 대한 포렌직 등의 조사방법을 모두 시도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인사담당자의 사내 컴플라이언스 유지를 위한 사명감, 사실관계 조사 면담과 기타 기법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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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15. 9.24. 선고 2015누10351 판결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5두54759 판결
***민사소송에서의 증명도 기준의 개선에 관한 연구, 김차동, 법조 제68권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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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율촌경영노동포럼 의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