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메타버스 관련 해외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그동안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던 테슬라·애플 등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메타버스 테마 종목들이 채워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성장성'이 높은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버스 사모으는 서학개미


메타버스 대장주로 꼽히는 로블록스는 지난 28일(현지시간) 6.94% 오른 93.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블록스 주가는 2분기 들어서만 43.51% 올랐다. 지난 4일 99.8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금리 급등 우려로 성장주 수급이 악화하며 지난 18일 81.14달러로 조정받았다. 이후 뚜렷한 반등세에 들어서며 최고가에 다시 가까워졌다.

로블록스는 최근 2주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일 기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로블록스 순매수액은 4778만달러(약 539억원)다. 로블록스 주가가 빠지는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저가매수' 전략으로 대응한 결과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3위 종목은 페이스북(3687만달러)이다. 페이스북도 28일 4.18% 오르면서 355.64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다섯번째 기업이 됐다.

로블록스와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테마의 양대축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알파벳(2939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660만달러), 텐센트(1632만달러) 등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순매수 상위 종목을 줄줄이 꿰찼다.

◆메타버스 사는 이유는


해외 주식을 사는 국내 투자자들의 인기 종목은 테슬라·애플·아마존 등이었다. 테슬라는 꾸준히 순매수 1위를 기록하다 지난 5월부터는 주가 하락과 함께 투자자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한달 간은 에어비앤비 등 경기회복 관련주가 순매수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 가치주와 성장주간 순환매에 따라 투자자들도 전략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금리 인상 리스크와 테이퍼링 우려가 줄어들면서 성장주가 다시 강세를 보였지만 기존과 다른 판세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와 애플을 각각 4069만달러, 3876만달러씩 팔았다. 투자자들이 기존 성장주들을 팔면서 초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메가트렌드'에 눈을 돌리고 있단 얘기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장이 흔들리다보니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더 멀리 보고 세상이 변하는 방향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시장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상승 여력은


로블록스 주가는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인 88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트루이스트 증권이 이달 초 제시한 최고 목표가격인 103달러까지도 10% 가량만 남았다. 트루이스트 증권은 로블록스가 올해 시장 기대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국 등 해외진출에 따른 성장 동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로블록스의 2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억9232만달러(약 7816억원)로 코로나19 수혜를 받았던 지난해 동기(1억8970만달러) 대비 264.9% 많다.

증권업계에서 주목하는 숫자는 로블록스 내에서의 사용하는 화폐인 '로벅스' 결제액이다. 로벅스 결제액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면 메타버스 관련 테마로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6월 결제액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며 "2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블록스 이용자수나 결제액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투자자들이 고려할 리스크다.

페이스북의 목표주가 평균은 381.23달러다. 7.20%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는 460달러다. 증권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페이스북의 수익성이다. 페이스북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는 3.03달러로 꾸준히 증가세다. 페이스북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로 다른 대형 기술주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메타버스와 관련된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매출이 상승세라는 점이 성장성을 높이고 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