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악화 가속"…2018년 점검때보다 비용 훨씬 큰 보수작업 추진
붕괴 전에도 침수 고질적 문제…참사 당일에도 지하주차장에 물 들어차
美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두달 전에도 "대규모 보수필요" 경고음
지난 24일(현지시간) 무너진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아파트가 몇 년 간 상태가 악화했고, 이로 인해 2018년 점검 때보다 더 많은 1천500만 달러의 보수를 추진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NBC, CNN방송에 따르면 붕괴한 아파트인 챔플레인타워 사우스의 주민위원회 위원장 장 워드니키는 지난 4월 9일 아파트 소유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콘크리트 악화가 가속하고 있다"면서 그 손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서한은 건물 상태가 2018년 점검 때보다 더 나빠졌고 보수 비용이 애초 견적을 받은 900만 달러보다 훨씬 더 많은 1천500만 달러에 달한다며 주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발송됐다.

2018년 구조공학 기업인 '모라비토 컨설턴츠'의 점검 보고서는 콘크리트 부식 부위를 신속하게 보수해야 하고, 특히 수영장 상판(deck) 아래 방수제, 그 밑에 있는 콘크리트 슬래브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워드니키는 지하 주차장처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손상은 애초 점검 이후 훨씬 더 악화했고, 지붕의 상황도 훨씬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콘크리트가 부서지고 금이 간 것은 이를 지탱하는 강철봉이 표면 아래에서 녹슬고 악화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 "2018년 보고서에 있던 애초 작업 범위가 확장됐다", "새로운 문제점들이 발견됐고 비용은 해마다 올라간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소유주들은 아파트 크기에 따라 8만 달러에서 33만 달러의 보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후 소유자들은 이 보수작업 비용을 승인했고, 7월 1일까지 이 비용을 선불로 내거나 15년간 매월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2018년 보고서가 나온 몇 년 후에야 애초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 비용을 대고 수리 작업에 나서기로 했지만, 보수가 완료되기 전에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위원회는 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한 데다 경쟁입찰 준비에 시간이 걸려 보수 개시가 늦어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두달 전에도 "대규모 보수필요" 경고음
워싱턴포스트는 이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 전에도 누수나 침수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물이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이 아파트 관리를 감독한 윌리엄 에스피노자는 지역방송 인터뷰에서 바닷물이, 특히 만조 때 건물의 기초에 스며들어 두 대의 펌프를 이용해 퍼내곤 했다고 증언했다.

때때로 지하 주차장 바닥 전체에 1~2피트(30~60cm)의 물이 차기도 했고, 이를 수년간 아파트 관리자에게 알렸지만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헨리 코프먼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계속된 주차장 침수가 붕괴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면서 방수 미비로 콘크리트에 스며든 물이 철근 손상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일부 목격자들은 건물 붕괴 직전 주차장이 침수된 것을 봤다고 증언하고 있다.

침수 때문에 사고 당일 최소 한 대의 차량을 주차장에서 빼내야 했다는 진술도 있다.

익명의 수영장 건설업자는 지역 신문에 건물 붕괴 36시간 전 수영장 보수를 위해 이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주차장에 들어찬 물과 금 간 콘크리트, 콘크리트 보강용 강철봉 부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건물 붕괴 당일 구조 소방대원들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요원들이 정강이까지 물이 찬 지하 주차장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