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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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계가 직급 폐지, 영어 호칭 부르기 등을 내세우며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섰다. 업체간 인수·합병(M&A), 온·오프라인 경계 파괴 등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면서 유연한 대처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최근 장윤석 대표 취임 후 '스타트업처럼 일하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스타트업 출신인 장 대표는 직급 체계에 따른 호칭을 없애고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바꿨다. 자신부터 '조이'라 불러달라 했다. 호칭 뒤에 '님' 자를 붙이지도 말라고 했다. 자유로운 소통을 하겠다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장 대표는 지난 21일 100여 분간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할 조직과 기업문화, 일하는 방식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며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며 다소 수직적으로 바뀐 사내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사진=위메프 제공]
[사진=위메프 제공]
위메프는 지난 3월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구성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했다. 역시 수평적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연차나 경력 등에 상관없이 개인의 역량과 성과만으로 본인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직급제 폐지로 현재 위메프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직급 대신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사·상무·전무·부사장 등 임원 직급 역시 모두 폐지됐으며 '리더'로 통일됐다.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숫자(레벨)로 직급제를 유지하되 호칭은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티몬과는 달리 '님' 자를 붙여 부르는 문화다. 다만 직원들 레벨은 사내 인트라넷 등을 통해서도 서로 공개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업무를 분담하고 평가하는 역할의 선임금 정도만 다른 직원들의 레벨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베이코리아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움직임은 이커머스 업계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며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짐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강자인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하며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통합플랫폼 구축, 통합매입으로 가격경쟁력 확보, 물류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2018년 12월 분사했던 카카오커머스를 오는 9월1일 다시 흡수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선물하기, 쇼핑하기, 메이커스, 카카오쇼핑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공시에서 '카카오커머스를 완전 자회사로 흡수합병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이 올라가고 사업의 통합운영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칭이나 직급체계는 사소해 보이지만 회사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회의를 하거나 다른 부서와 협업할 때 소통이 잘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이커머스 업계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