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아침 8시에 도착했더니 이미 40명이 넘게 서 있더라고요. 강남점에는 새벽 3시에 도착해 대기표 22번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직장인 A씨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설에 백화점을 방문했지만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줄을 서 대기표를 받았지만 매장에 들어섰을 때 원하는 제품은 이미 동이난 뒤였다.
샤넬이 다음달부터 해외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에 매일 아침 국내 백화점 문 앞이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을 하기 위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다음 달 1일 미국에서 스테디셀러 핸드백을 중심으로 가격을 최대 12% 인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이 거론되는 주요 제품은 샤넬 클래식 플랩백, 클래식 미듐 플랩백, 클래식 점보 플랩백, 클래식 맥시 플랩백, 19미듐, 보이 미듐 등이다.
사진=샤넬코리아 홈페이지
사진=샤넬코리아 홈페이지
가격 인상폭은 10~12.5% 수준으로 전해졌다. 특히 클래식 플랩백의 인상률은 최대 12%에 달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미국에서 클래식 플랩백 미듐 사이즈 가격은 6800달러(769만원·세금 제외)에서 1000달러(113만원)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이 가방은 현재 864만원으로, 미국과 비슷한 폭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샤넬은 사전에 가격 인상·인하 정책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정책을 취한다. 다만 미국 매장 방문객이 점원에게 인상 계획을 들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통상 해외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국내 가격도 변경됐다는 점에 비춰 소비자들은 다음달부터 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이 올해 1월과 2월에도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고, 이번에는 6월 초부터 인상 소문이 돌았다. 매장 직원 역시 가격 인상을 확인해주지 않는 정책이어서 소비자들이 우선 구매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의견과 오픈런 경험담 등을 나누고 있다. 소비자들은 연이어 제품 인상에 나선 샤넬의 가격 정책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구입을 희망하는 제품을 사지 못할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소비자들은 인기 제품 가격 인상 소식에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을 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사진은 ‘보이 샤넬 핸드백’. 사진=한경 DB
사진은 ‘보이 샤넬 핸드백’. 사진=한경 DB
매해 명품 브랜드는 두어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에 나서지만 지난해 가격 인상폭이 유례 없이 커 인상 전 오픈런을 하는 흐름이 형성 됐다. 샤넬 제품을 사두면 이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샤테크(샤넬+재테크)'란 신조어는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격 인상 전 구하고 싶은 제품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오픈런하러 갈 것"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건재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샤넬에 앞서 지난달 프라다, 버버리 등이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억눌린 소비 욕구가 분출되는 '보복소비'와 부의 과시를 위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 덕에 지난해 주요 명품브랜드는 호실적을 거둔 바 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지난해 처음 실적을 공개한 샤넬은 코로나19에 따른 면세점 업계 타격에도 불구하고 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통상 명품 브랜드들은 별도의 협력사를 통해 면세사업부를 운영, 실적이 별도로 집계되는 경향이 있지만 샤넬은 면세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9296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4%, 32% 증가한 1491억원, 1069억원이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