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는 산업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반독점’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행정명령은 현재 미국에서 반독점 논란이 거센 정보기술(IT) 분야뿐 아니라 농업, 항공, 은행 등 다수의 산업을 망라할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은 행정부가 독점을 억제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소비자와 노동자, 중소기업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정책을 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말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다. 2016년 4월 행정부에 60일 내에 각 산업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돕는 방안을 지시하면서다. 이에 따라 당시 농림부는 대형 육가공 업체로부터 소규모 축산업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내놨고, 교통부는 항공사가 승객의 수하물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 중인 반독점 행정명령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WSJ는 대기업이 소비자와 중소 공급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거나,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걸 막는 서약서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빅테크의 독점력 억제를 옹호해온 리나 칸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를 임명했다.

에밀리 시먼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현재로선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 경제 전반에 걸쳐 경쟁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공화당 일각에선 반독점 행정명령 발동 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할 수도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더글러스 홀츠이킨은 WSJ에 “반독점 행정명령은 민간부문은 틀렸고 정부가 더 좋다는 철학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