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인 겸_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창업인 겸_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네이버]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사진)가 30일 최근 회사에서 일어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25일 해당 직원이 사망한 지 1개월 만이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다르면 이 GI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 네이버가 겪고 있는 일들은 회사 관련 일이기에 제 잘못과 부족함이 가장 크다"며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회사 안에서 직장인 내 괴롭힘이 발생했고 이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회사 문화의 문제"라며 "한 두 사람 징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면서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것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GIO는 "회사를 위해서라면 당장 책임을 지고 싶지만 새 구도를 짜고 다음 경영진을 선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경영 체계 쇄신을 마무리하라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에서는 지난달 25일 한 개발자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생전에 오랜 기간 담당 임원 폭언과 과로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관련 임원들에 해임·감봉·경고 등의 징계를 결정했다.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COO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최 COO는 이해진 GIO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 COO가 네이버파이낸셜 등 계열사 대표직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네이버 노조는 반발했다. 이에 이 GIO가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임직원들에게 사과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영 쇄신에 착수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최고재무책임자(CFO) 등으로 이뤄진 경영진 구성을 바꾸기로 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급성장의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CXO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마치기로 했다.

변대규 이사회 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뤄지는 경영체계 변화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새로운 체계에서 네이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단계의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숙 대표도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사과를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네이버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등을 고민하고 세워나가는 노력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