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수요기반 없는 '장기 철도계획', 다음 정부서도 살아남을까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GTX-D 노선의 서울 강남 연결 무산에 따른 김포 주민의 실망감을 부채질한 것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함께 발표된 ‘달빛내륙철도’(광주~대구) 사업의 막판 기사회생이다. 총 44개 노선 중 두 번째로 많은 4조5158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데도 비용 대비 편익(BC)은 기준(1.0)에 한참 못 미치는 0.483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의외였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달빛내륙철도가 6개 광역시·도를 통과해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크고, 부족했던 횡축(橫軸) 철도망을 늘리는 정책적 필요에 맞다”고 설명했다. 영·호남 교류 증진의 상징성이 큰 사업인 점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철도이용 수요 등을 따져 지난 4월 초안에도 못 낀 노선이 ‘추가 검토 사업’으로 부활한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란 점이 참작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것은 현 정부 출범 후 공약 사항 등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인 사업 대상) 면제를 남발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4년간 예타 면제 사업은 총 96조5184억원으로, 이명박(60조3109억원)·박근혜 정부(23조6169억원)보다 훨씬 많다. 최대 30조원 가까이 투입비가 늘어날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 사업도 예타를 면제해준 게 지금 여권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전국 각지를 뛰며 지역숙원사업의 ‘예타 면제’ 희망고문을 한 적도 있다. 그러니 내년 3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경제성이 낮은 사업들이 국책사업 채택과 예타 면제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법에 정해진 10년 단위 중장기계획이다. 여기에 포함됐다고 바로 사업이 확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전타당성 조사와 예타라는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뚜렷한 원칙도 없이 선심 쓰듯 정치색 짙은 사업을 끼워넣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 정권이 바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50%에 육박하며 재정악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에 더 철저히 걸러내야 할 것이다. 동서화합도 좋지만 경제성 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지방공항들처럼 ‘고추 말리는 기차역’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1. 1

      [사설] 기업승계, 고용·기술·세수 차원에서 보면 답 나온다

      중소·중견기업들의 기업승계 제도 개선이 더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 경영자 가운데 60대 이상 연령층 비중은 2000년 14.3%...

    2. 2

      [사설] 은행 새 주인 찾는데 與 의원들이 왜 우르르 몰려갔나

      한국 진출 17년 만에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한국씨티은행에 난데없이 정치인들이 들이닥쳤다. 여당 의원 6명이 보름 전 직접 은행장을 찾아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해 매각에 임할 것”을 강력...

    3. 3

      [사설] 박용진·이준석, 감세논쟁 주도해 법개정 성과 내보라

      여당 내 대권 경쟁에 나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감세론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규제입법을 쏟아내며 증세 일변도로 치달아온 여당에서 주목할 만한 주장이 나온 것도 신선하고, 야당의 발 빠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