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서 4타수 3안타 2타점 활약으로 6-5 역전승 견인
슬럼프 딛고 일어선 키움 이정후 "아버지 조언 덕분입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23)는 올 시즌 외로워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이정후 곁에는 김하성(26)이 있었다.

때로는 친형처럼 따뜻한 격려를 해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조언자 역할을 해줬던 김하성은 이정후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던 형이었다.

그런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팀을 떠난 올해, 이정후는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면 유난히 힘들어 보였다.

지난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3루수 파울플라이에 그친 뒤 더그아웃에서 장갑을 잡아 찢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30일 롯데전에서 완벽하게 살아났다.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폭발하며 팀의 6-5 역전승을 견인했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화가 나서 그런 액션이 나온 게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파울 플라이 아웃되면서 타석에서 실수 아닌 실수를 했다.

더그아웃에서 들어와서 장갑을 벗으려고 하는데 손에 땀이 차서 안 벗겨지더라. 장갑까지 이러나 싶어서 찢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정후는 코치진의 조언이 반등에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타격을 할 때 테이크백을 하는 동작에서 손이 귀 옆까지 가서 TV 중계 화면상으로 안 보였다.

그런데 KIA와의 경기에서는 손이 보이더라"며 "그러다 보니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 같다.

미세한 차이인데, 타격 코치님들이 잡아줘서 바로 수정했다"고 고마워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김하성이 없어서 유독 더 힘들어 보인다는 말에는 인상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사실 (김)하성형이 있을 때는 안 맞을 때 티도 내고 그랬다"며 "그런데 올해는 형도 없고 내가 중심타자니까 티 내지 말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물론 아직 어린 나이지만 최근 라인업을 봤을 때 신인들이 많이 올라왔다.

(송)우현이도 풀타임은 올 시즌이 처음"이라며 "후배들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홀로 극복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김하성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아버지이자 KBO리그 레전드인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다.

이정후는 "지난 4년과 비교해봐도 올해 아버지와 가장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기술적인 얘기보다는 멘탈과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한다.

안 맞을 때 아빠는 어떻게 이겨냈는지, 팀이 안 풀릴 때 아빠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본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가 요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정후는 이제 겨우 프로 5년 차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행동이 후배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걱정한다.

이정후는 실력도, 자세도 흠잡을 데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