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환 대표…30년 전 스승의 은혜, 도서관 기부로 갚은 제자
“당신을 보면서 교육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끝없는 선생님의 사랑을 늘 간직하겠습니다.” 광주 조선대부속고에서 만난 30여 년 전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게 이 같은 글귀가 담긴 감사패를 선물했다.

지난달 23일 조선대부속고에서는 도서관 재개관을 맞아 조그마한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 44회 졸업생인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사진)가 도서관 새 단장 기금 기부를 기념해 감사패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도 장병훈 교장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황 대표의 기부는 모교와 후배를 향한 응원임과 동시에 올해 교장으로 취임한 고교 시절 은사를 위한 선물이다. 장 교장은 “30여 년 전 황 대표의 고2 담임교사로 인연을 맺었다”며 “황 대표가 과분한 감사를 표해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가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삶을 개척한 걸 지켜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국내 헤지펀드업계 1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황 대표는 여의도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학창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고모 손에 자랐다.

“부끄럽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한 황 대표는 장 교장에게 전달한 감사패에 “집안 형편상 학원 한 번 제대로 다녀본 적 없던 화순 촌놈에게 수학 과목 담임선생님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며 “제가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군 복무 시절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개인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적었다. 1999년 그가 난생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300만원도 과외비를 모은 것이었다. 그는 실전투자대회를 휩쓸며 ‘슈퍼개미’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손복조 당시 사장의 권유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하면서 여의도에 입성했다.

황 대표 기부로 새 단장한 도서관의 이름은 ‘지혜 나눔터’. 적막한 도서관이 아니라 학생이 모여 지혜를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고 쓰레기를 모아두던 버려진 공간을 벤치와 테이블을 갖춘 테라스로 꾸몄다. 장 교장은 “지혜의 숲인 도서관에서 학생이 친구, 교사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눌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