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1일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대구·경북(TK)으로 향했다.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부터 대권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다. 당내 유력 경쟁자이자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달리 TK 출신 후보로 ‘확장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날 경북 안동을 방문해 유림서원과 이육사문학관을 찾았다. 이 지사는 비공개로 부모님 산소를 찾기도 했다. 이 지사의 고향 방문을 두고 호남이 주류 지지 기반인 민주당에서 ‘보수의 심장’인 TK 출신 대선주자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당내 2위 주자이자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세상도 바뀌고 정치 구조도 바뀌어서 오히려 영남이 역차별받는 상황”이라며 “우리 지역(TK)에 정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첫 공식행보로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혔다. 이 지사는 유림서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백행의 근간이 효(孝) 아니냐”며 “효를 다하는 게 첫째고, 그게 인간의 근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육사문학관을 찾은 것은 야권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윤봉길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윤봉길 의사는 ‘우파 민족주의자’인 반면 이육사 시인은 ‘좌파 행동주의자’로 불리는 항일 시인이다.

이 지사는 안동 방문에 앞서 서울국립현충원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참배했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역대 대통령 묘역을 먼저 참배한 것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취지다. 이 지사는 “많은 분께서 왜 무명용사 묘역을 가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세상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 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비대면으로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이 지사가 유일하다. “방역 수칙을 지키는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의 대선 도전 자리에는 많은 지지자가 몰렸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