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알파고 그후 5년, 변화는 생각보다 더뎠다
2016년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4승1패로 꺾은 뒤 사람들은 AI에 대한 환상에 빠졌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AI의 능력이 몇 년 안에 인간을 초월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AI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 소외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생활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미국 뉴욕대 교수인 세계적 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와 AI 전문가 어니스트 데이비스는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에서 “현재 AI 기술 수준은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한다. 알파고처럼 극히 한정적인 용도로 쓰이는 AI의 수준은 최근 몇 년 새 높아졌지만, 실생활에 쓸모 있는 AI 기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제대로 작동하는 곳은 시내에 비해 변수가 훨씬 적은 고속도로뿐이고, 이마저도 운전자의 정기적인 조작이 없으면 사고가 나기 일쑤다.

이런 상황은 AI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딥러닝의 한계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딥러닝은 기계에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답을 찾을 확률을 높이는 기술이다. 바둑처럼 경우의 수가 유한한 영역에선 딥러닝이 엄청난 강점을 보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정보가 시시각각 등장하는 현실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채팅용 AI가 예기치 못한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건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에 잠시 정차한 구급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들이받는다면 그 해악은 치명적이다.

저자들은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딥러닝이 아니라 ‘딥언더스탠딩’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가능한 미래를 예측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행동을 결정하는 인간만의 인지구조를 기계에 이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딥러닝 등 AI의 작동원리와 기술 발달 현황을 비전공자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공포를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