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어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강조한 것이 경제다. 그는 “대전환기를 맞아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며 규제 합리화, 민간투자 기회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 “불평등과 양극화는 성장동력 훼손을 부른다”며 공정도 정책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언급 횟수만 보면 공정(13번)보다 경제(18번)에 더 비중을 둔 모습이다.

여당의 다른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기술·그린·사람·포용·공정성장 등 5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디지털산업과 바이오, 항공우주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재벌 공격수’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법인·소득세 감세,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통한 상속세 감면까지 주장했고, 이광재 의원은 기술혁명과 창업국가를 성장정책으로 내세웠다.

어제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 레이스를 시작한 여당 주자들이 성장동력을 강조하고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이 경제를 화두로 삼은 것은 내년 대선이 지난 대선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치러지는 점을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지난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경제보다 적폐 청산, 나라 바로세우기, 격차 해소 등이 화두가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에 실망한 민심이 지금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경제활력 회복임을 주자들도 잘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how)’라는 디테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국민 삶을 책임지겠다”며 소득주도 성장, 포용성장 등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주지하다시피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말만 번지르르했을 뿐 실상은 반(反)시장·친(親)노조 정책으로 일관하다 일자리 참사와 집값 폭등 등 온갖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화려한 구호만 내세워선 안 된다. 박 의원의 감세공약이 진일보했고, 이 지사의 ‘경제 부흥’ 청사진도 주목되지만 낡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삶에 진정 도움이 될 구체적 실행계획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다는 이 지사의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가 고질적인 ‘부자 대 서민’, ‘대기업 대 중소기업’ 등 편가르기 프레임이어선 곤란하다. 기왕 여당 주자들이 경제를 화두로 삼은 만큼 야당과 치열한 정책 경쟁을 통해 내년 대선을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는 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