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광복회가 어쩌다
광복회가 연일 시끄럽다. 국내 유일의 독립유공자 및 유족단체라는 ‘명예로운’ 정체성에 걸맞지 않게 막말과 폭행 사태, 심지어는 오물 투척 사건까지 벌어지며 “어쩌다 광복회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광복회는 1965년 설립된 보훈공법단체다. 민간단체지만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14개 보훈공법단체 중 유일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이기도 하다. 올해 정부 지원금은 약 23억원. 회원 수는 8300명에 달한다. 독립 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발굴하면서 회원 수와 예산이 계속 늘고 있다. 1915년 대구에서 독립운동 지원을 위해 결성됐다가 일제 탄압으로 3년 만에 해체된 ‘대한광복회’와는 무관하다.

광복회는 그동안 독립운동가들과 그 유족이 이끌면서 잡음 없이 운영돼 왔다. 초대 회장은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갑성 선생이다. 2대는 황해도에서 독립단을 이끌었던 이화익 선생, 직전 20대는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냈던 백암 박은식 선생의 손자 박유철 전 단국대 이사장이 이끌었다. 광복회는 2002년 ‘민족정기를세우는국회의원모임’과 함께 친일파 708인 명단을 발표하고, 2008년엔 임시정부 정통성 논란을 촉발시킨 정부 홍보책자 발간에 항의해 건국훈장 반납을 결의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있는 활동을 벌여왔다.

문제가 된 것은 2019년 6월 김원웅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21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3선(選) 의원 출신인 김 회장은 취임 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등을 모두 ‘친일파’로 싸잡아 비난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에게 무더기로 상을 주는 등의 정치 편향적 행보로 안팎의 강한 반발을 샀다. 급기야 지난 4월 한 회원이 공식행사에서 그의 멱살을 잡았고, 며칠 전엔 다른 회원이 그의 사무실에 오물을 투척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는 현재 부친 독립운동 공적이 허위라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그런 김 회장이 고교생 대상의 한 영상 강연에서 “해방 이후에 들어온 소련군은 해방군이었고, 미군은 점령군이었다”고 발언해 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신착란이 의심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늘의 호국영령들이 지금 광복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뭐라고 생각할지 부끄럽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