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중화민족이 외세에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통일 의지를 다시 밝히면서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관여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마오쩌둥 초상화 앞에서 다짐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창당 100주년 경축 대회에서 지도부와 원로 가운데 유일하게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톈안먼 광장에는 인민복을 입고 있는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시 주석이 혼자 인민복을 입은 것은 그가 중국을 건국한 마오의 후계자임을 공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한 시간 동안의 연설 대부분을 공산당과 선대 지도자 업적을 기리는 데 할애했다. 그는 “당과 각 민족의 분투를 통해 우리는 첫 번째 100년 목표인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했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집권 후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두 개의 100년’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夢)’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왔다.

시 주석은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누가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톈안먼 광장 행사장을 가득 채운 7만여 명의 참석자는 이 대목에서 특히 큰 환호를 보냈다.

“과학기술 자립” 다시 강조


시 주석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제시해온 대만과 홍콩 등의 문제에서 외세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민족의 염원”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평화 통일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 도모를 단호히 분쇄하고 민족 부흥이라는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누구도 중국 인민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키는 굳은 결심과 확고한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에 대해선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방침을 유지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실행해 사회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대만 통일’은 시 주석 이전의 중국 지도자도 반복했던 목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대만 상륙을 목표로 하는 군사 훈련 강도를 높여가고 미국이 대만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날 발언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을 더 고조시킬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경제력에서 미국을 역전하는 2027년께 대만 무력 통일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과학기술 자립과 공산당의 선도적 역할도 주문했다. 시 주석은 “새로운 여정에서는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을 추진해 인민이 부유하고 국가가 강대해지도록 해야 한다”며 “공산당이 주도하는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