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배터리) 사업의 분할과 기업공개(IPO)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배터리 등 친환경 중심으로 확 바꾸기 위한 게 목적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스토리데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기업설명회(IR) 겸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부의 분할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분할 후 상장한다면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 혹은 한국과 미국 동시 상장도 선택지로 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배터리사업 분할 및 상장을 김 사장이 언급한 것은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대폭 줄이고 배터리 등 ‘녹색 사업’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탄소에서 그린으로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며 “그 중심에 배터리사업 확대가 있다”고 했다. 분사와 상장을 통해 단번에 세계 선두권 배터리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을 ‘악재’로 받아들였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8.8% 급락한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배터리가 떨어져 나가면 ‘껍데기’만 남을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김 사장은 “분할하려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점에 할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