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법 위반' 故박세경 변호사 41년만에 재심서 무죄
과거 군사정권 시절 계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죄가 확정됐던 고(故) 박세경 변호사가 4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던 박 변호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 변호사는 1980년 5월 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에서 불법 집회를 열어 계엄법을 위반한 혐의로 같은 해 8월 1일 구속 기소됐다.

당시 1심을 맡은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박 변호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박 변호사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육군고등군법회의는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5년 5월 박 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박 변호사는 1996년 별세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41년 만에 검찰의 청구로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에 적용된 계엄 포고는 유신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격으로 피살돼 이튿날 제주도를 비롯한 전 지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계엄사령관에 의해 이 사건 계엄 포고가 발령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최고 통수권자로 있던 박 전 대통령이 피살되는 비상사태로 사회에 다소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당시 계엄법이 정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계엄 포고의 내용도 집회·표현·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 포고는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3·4대 국회의원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박정희 정권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4·15대 총선에 당선한 박정훈 전 의원의 아버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