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총괄사장, 파이낸셜 스토리 발표…"배터리 수주잔고 130조원 이상"
"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5년 간 친환경에 30조원 투자


1962년 국내 첫 정유기업으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이 회사 정체성을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전체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중장기 핵심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 행사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5년간 총 30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사업 비중을 현재 30% 수준에서 7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의 성장을 이끈 정유사업은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지출을 제외하고 신규 투자를 중단해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SK이노 "탄소에서 그린으로 다 바꾼다"…정유는 신규투자 중단(종합)
◇ "배터리 내년까지 글로벌 톱3…정유 사업은 장기적으로 축소"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화로 환산할 경우 130조원 이상 규모로, 현재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가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지동섭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는 배터리 수주와 매출 양대 영역에서 내년 말까지 글로벌 상위 3위 내에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동섭 대표는 "현재 40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 규모가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한다"며 "EBITDA(세전 영업이익)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천억원까지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배터리 분리막 사업 자회사 SKIET 상장을 바탕으로, 현재 14억㎡인 분리막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 2025년 40억㎡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강화한다.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원료인 수산화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54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중 배터리 재활용 사업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약 3천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배터리 관련 신사업 투자는 과감하게 확대하지만, 기존 정유사업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체 사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 대해 유지·보수를 제외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전기차 확산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휘발유나 경유 등 육상수송용 연료의 경우 석유화학 제품 생산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대신 신규 투자는 배터리 등 신사업에 집중한다.

자회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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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종합화학 플라스틱 물량 100% 재활용…기후변화 대응, CEO 평가에 반영"
김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를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목표로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 SK종합화학은 '리사이클(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 리사이클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SK종합화학은 2027년까지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 규모인 연간 250만t 이상을 재활용하고, 사용량 저감 및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친환경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천억원 이상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SK에너지 등 기존 석유 사업이 보유한 주유소를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추진한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탄소중립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최고경영자(CEO)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다"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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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2025년까지 친환경 사업비중 70%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에 대해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분할 일정이나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하고, 친환경 사업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과 신사업 개발 및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안도 발표했다.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와 보상, 승계 등에 의사 결정권을 확보하고,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한 ESG 리스크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전략 방향성 검토 및 성과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김준 사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2017년부터 시작한 '딥 체인지'와 혁신을 이제는 완성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이라며 "2025년까지 총 30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현재 30% 수준인 친환경 사업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