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가 거액의 보험금과 유산을 노리고 남편과 교제 남성 3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가케히 지사코(74)의 사형을 확정했다. 가케히는 2014년 체포 당시 '블랙 위도'(암놈이 수놈을 잡아먹는 미국 독거미)로 불리며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미국 CNN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인용해 30일(현지시간) 이렇게 보도했다. 가케히는 2007~2013년 남편인 이사오, 사실혼 관계였던 혼다 사노리, 히오키 미노루 등을 살해하고 스에히로 도시아키를 살인 미수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가케히는 "치매를 앓고 있어 더는 재판을 이어나갈 수 없다"며 상고했으나 전날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재판장 미야자키 유리코)은 이를 기각하고 사형을 확정판결했다.

가케히는 2013년 12월 자택에서 남편 이사오를 살해한 혐의로 2014년 11월 체포됐다. 결혼 한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사오의 시신에선 치사량 이상의 청산가리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케히가 이사오를 살해하기 전 사실혼 관계였던 남성 두 명을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한 혐의가 확인됐다. 가케히는 피해자들의 생명 보험금 수령인으로 지정돼 있었고, 피해자들이 사망하자 보험금과 재산을 상속받았다. 네 번째 피해 남성인 스에히로는 다행히 청산가리를 소량 섭취해 살아남았다. 다만 그는 나중에 암으로 사망했다.

검찰에 따르면 가케히가 피해 남성들로부터 가로챈 재산과 보험금은 10억 엔(약 101억원)에 달한다. 가케히는 이 돈을 주식 투자 등에 썼다가 대부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케히는 24세에 처음 결혼했으나 1994년 남편이 사망하면서 운영하던 사업이 파산했고,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이후 가케히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그가 결혼정보회사에 요구한 상대 남성의 조건은 '부유하고 자녀가 없을 것'이었다. 가케히는 첫 남편의 사망 이후 10명이 넘는 남성과 결혼을 했거나 교제했는데, 대부분 고령자이거나 아픈 사람이었다고 한다.

미야자키 일본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 재판장은 "피고인은 중매업체를 이용해 연로한 피해자들과 차례로 친분을 쌓았고 신뢰감을 쌓은 뒤 독살했다"며 "계획적이고 강력한 살인 의도가 깔린 무자비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연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사형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형 집행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가케히는 당일 오전에 사형 집행 통보를 받게 된다. 가케히는 2017년 4개월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내 죄를 숨길 것도 없다"며 "사형이 선고되면 웃어넘기며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재판소에 상고하면서 "치매도 앓고 있고 죽기 싫다"며 입장을 바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