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 의원 주장…"사망당일 예정된 조사, 당사자 아닌 군검찰이 연기 요청"
국방부 "법무실장 피내사자 신분 소환조사 예정"…휴대전화 포렌식은 아직 못해
"공군 법무실장, 女중사 사건 축소하려 국회에 허위보고 의혹"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국회에 허위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 감사결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해 사건 초기 공군 측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피해자인 이 모 중사는 생전 5월 21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생전 조사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5월 21일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당일이다.

이와 관련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최초 보도(5월 31일)된 직후인 지난달 2일 국회에 보고한 사건경위 문건에서 "피해자의 요청으로 당초 5월 21일에서 6월 4일로 변경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방부 조사 결과 피해자가 조사 연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 공군 검찰에서 '피해자가 동의하면 뒤로 미뤘으면 좋겠다'며 먼저 연기를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후 공군 법무실 소속인 국선변호사가 이 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초 조사일이었던 5월 21일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이라며 "공군검찰이 예정대로 피해자 조사를 실시했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실장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국회에 허위보고했다는 의혹이 추가 제기되면서 전익수 실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 실장은 지난 3월 성추행 사건 발생 초기 수사를 맡은 20비행단 군검찰 등을 총괄하는 상부 조직인 공군 법무실의 수장이다.

이에 부실수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검찰단도 지난 16일 피내사자 신분인 전 실장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전 실장에 대한 소환조사은 이날 현재까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휴대전화 포렌식도 전 실장의 참관인 입회 거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측은 PC·스마트폰 등 디지털 정보를 압수수색·검증할 때 피압수자 측의 참여를 보장한 관련 법규를 근거로 입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실장은 오히려 국방부 검찰단이 자신을 상대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인 자신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이 의원 주장대로 허위 보고 정황 등이 국방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면 즉각 피의자 신분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전 실장 소환조사 일정을 묻는 질의에 "계획돼 있고, 시기가 결정되면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이냐'는 추가 질의에는 "일단은 그렇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방안을 찾고 있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의원은 공군본부가 사건 초기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인사조치 등 피·가해자 분리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20비행단에서 성추행 사건 발생(3월 2일) 7일 만인 3월 9일 가해자 장 모 중사의 파견 조치를 공군본부에 건의했지만, 공군본부 인사참모부가 8일 뒤에야 파견 명령을 시달하면서 장 중사가 사건발생 17일 만인 3월 19일에서야 파견조치됐다는 것이다.

이 중사가 성추행 발생 직후 시작한 청원휴가 기간 대부분 영내에서 머물렀다는 유족측 진술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 분리가 사실상 되지 않은 셈이다.

이 의원은 국방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피해자의 숙소는 2차 가해 혐의로 구속된 노 준위의 숙소와 30m 거리에 불과했고, 가해자인 장 중사와 이 중사 남자친구의 숙소도 200m 거리에 있었다"며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는 20비행단 영내에서 2차 가해를 지속적으로 받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