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웨이브파크는 아시아 최대 인공서핑장이다. 지난달 18일 웨이브파크에서 한 이용객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김영우 기자
경기 시흥시 웨이브파크는 아시아 최대 인공서핑장이다. 지난달 18일 웨이브파크에서 한 이용객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김영우 기자
잔잔했던 수영장 표면이 경적소리와 함께 찰랑거리기 시작한다. 울렁이는 물살이 속도를 내며 다가온다. 점점 뾰족해지는 파고가 등 뒤로 다다른 순간 서핑보드 위에 몸을 밀착한다. 양손으로 물살을 휘저으며 파도를 받아들인다. 파도에 보드가 걸쳐지며 하나가 되고, 파도는 나를 앞으로 밀어낸다. 빨라지는 보드 위, 몸을 일으켜 세우고 파도와 함께 바람을 가른다.

지난달 18일 다녀온 경기 시흥의 국내 최초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에서 느낀 서핑의 기억은 진했다. 해가 질 무렵 서해안과 접해 있는 서핑존은 노을이 짙게 깔려 있었고, 펍·카페·동남아시아 음식점 등이 늘어진 주변은 서퍼들이 모여 있는 곳 특유의 자유로움과 역동감이 일렁였다. 이곳에서 ‘핫’한 여가 스포츠가 돼가고 있는 서핑의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파도를 정복하는 성취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 유행했던 서핑은 1990년대 국내 부산, 제주, 강원 양양군에서 소수의 사람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됐다. 그러다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이 서핑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많은 사람이 2시간 이내로 서핑할 수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양양군에 따르면 2015년 양양군 내에 운영되던 서핑숍은 24개에서 지난해 85개로 급증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아시아 최대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도 국내에 들어서게 됐다.

직접 체험한 서핑의 경험은 색달랐다. 파도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패들링(보드 위에서 양손을 저어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하고 있으면 보드는 자연스레 파도의 에너지에 딸려간다. 이런 경험을 소위 ‘파도를 잡는다’고 표현한다. 파도를 잡았으면 몸을 일으켜 세워 파도의 속도를 느낄 수 있다. 파도를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운동 효과도 상당하다. 파도를 타기 위해선 흔들리는 보드에서 코어 근육을 이용해 균형을 잡고, 파도 위에 몸을 일으켜 세우는 등 다양한 근육을 써야 한다. 파도가 좋은 위치로 가기 위한 과정도 만만치 않다. 보드를 끌고 파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깊은 곳에선 보드 위에 올라타 패들링으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파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

물론 처음부터 파도를 완벽하게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파도를 기다리는 위치에서 너무 과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파도가 와야 하기 때문이다. 파도는 처음엔 얕게 일렁이다가 급격하게 에너지를 끌어모아 ‘피크’를 찍고 거품을 만들며 깨진다. 이후 에너지를 흩뿌리며 파도는 점점 작아진다. 피크를 찍기 직전이 파도를 잡기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다. 이인수 웨이브파크 강습 코치는 “파도를 보는 눈만 기른다면 서핑을 즐길 수 있고 그 매력에 금방 빠져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에 대한 공포도 이겨내야 할 과제다. 잔잔한 호수나 수영장과는 다르게 서핑이 펼쳐지는 곳에선 파도가 거칠게 몰아친다. 물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급한 파도 속에서 패닉에 다다르는 것은 순식간이다. “물에 뜨는 보드가 내 몸에 리시(발목과 보드 끝을 이어주는 끈)로 묶여 있어도 패닉을 다스릴 수 없으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초반에는 혼자 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강습받는 것을 추천한다. 양양, 제주, 부산 등 유명한 해변에는 서핑숍이 많고, 이곳에서 용품 대여 서비스부터 강습까지 받을 수 있다. 대여와 강습까지 합해 6만~8만원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접근성을 누리고 날씨와 상관없이 서핑을 즐기고 싶다면 인공서핑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인공서핑장 강습은 10만원으로 일반 해변보다 다소 비싼 가격이다.

구민기/최진석/정소람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