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 운동 참여하지 않아 남의 눈 '불편'…직장 가서 갈아입어
동사무소 주변 바리케이드·오후 8시엔 차·사람 사라져…경제수도 양곤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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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실질적으로 이끌던 문민정부가 군부에 의해 무너진 뒤 경제 수도인 양곤의 출근길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출근길에 공무원 유니폼을 찾아볼 수 없다.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한다고 '광고'를 하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양곤시개발위원회(YCDC)에 다니는 제이 툰(가명)씨는 기자에게 "항상 공무원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했는데 CDM이 진행되고 부터는 출근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도 사복 차림으로 통근 차량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사무실에 도착한 뒤 봉투에 싸거나 가방에 담아 간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게 일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역시 적지 않은 이들이 CDM에 참여 중인 교직 부문도 비슷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거주하는 양곤의 경우,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1일 개학을 맞긴 했지만 등교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일부 교사는 소수라도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출근하고 있다.

북다곤 지역 한 고교의 교사 에이 무(가명)씨는 "선임자가 출근을 독촉하고, 배우러 나오는 학생들이 있어 출근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 띄는 것은 영 불편하다"면서 "그래서 요즘은 교사들도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5개월 째가 돼가고 있는 양곤의 아침, 저녁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미얀마는 우리로 하면 구(區) 정도에 해당하는 타운십 별로 초·중·고교가 한 부지 내에 위치해 있다.

타운십 인구수에 따라 개수는 차이가 있지만, 등하교 시간에는 이들 학교 근처라면 어디나 그 일대가 초중고생들로 가득 차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시간이 돼도 휑한 느낌이다.

지난해만 해도 등하교 시간에는 교통경찰이 차량과 학생들을 통제하고, 교사들도 나와 이를 돕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장면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밤 시간도 풍경이 달라졌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5일부터 양곤지역 통행금지 시간이 기존의 오후 8시에서 10시로 2시간 연장됐다.

그렇지만 통금 시간 연장에도 거리는 을씨년스럽다.

부주의로 통금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괜한 불상사에 휘말리기 쉽상이라는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

양곤 도심에 사는 싼 뚜 아웅(가명) 씨는 "술레 파고다 길이 양곤에서는 가장 번화하고 젊은이들도 많았던 거리인데 통금 시간 연장이 두 달 가까이 지난 요즘도 오후 8시만 되면 차도 사람도 없는 캄캄한 거리가 돼버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밤에 이 길에서 장사했던 사람들은 이제 거의 다 떠났다"고 덧붙였다.

양곤의 동사무소, 구청, 시청, 경찰서 등 시민과 접촉하던 기관들 주변에는 2월 이후로는 모두 다 쇠창살 또는 쇠로 된 바리케이드가 둘러쳐져 있다.

1990년대 딴쉐 장군 집권 시절 경찰로 일했었던 민 뚜(가명)씨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경찰도 군의 지휘를 받게 돼 민원 같은 것들은 처리할 시간도 사람도 없다"며 "바리케이드 설치는 주민 자체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을 핑계로 사실상 주민 접근을 차단한 조치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로 치면 동사무소인 '약궤'를 둘러싼 쇠창살과 철제 바리케이드는 국가행정평의회(SAC)에 의해 새로 임명된 동장이 근무하는 곳일수록 그 두께는 더 두꺼워지고 있다고 한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시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경우가 잦아지면서 생긴 일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