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 테스트를 받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 지원 자격조차 얻지 못했던 80대 여성이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우주비행이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AP 통신 등 매체는 1일(현지 시각)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월리 펑크(82·여)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우주여행에 ‘명예 승객’으로 동행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펑크는 이달 20일 서부 텍사스에서 발사될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11분간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고도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까지 갔다 오는 우주비행을 하게 된다.

1950년대 말 NASA는 ‘유인우주비행’ 프로그램인 ‘머큐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7명의 우주비행사를 양성했던 바 있다.

당시 그들을 ‘머큐리 7’이라고 불렀고, 이들 중 존 글렌이 1962년 미국인 최초로 우주 궤도를 돌았다. 이는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로 나간 이듬해였다.

당시 NASA가 제시한 우주비행사 자격 요건 중엔 공군 제트기 조종사 경력이 필수적이었는데, 공군은 제트기 조종사로 여성을 뽑지 않았다. 즉 암묵적으로 여성이 우주비행사가 될 수는 없었다.

NASA의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의사는 여성들에게도 동일한 테스트를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민간자금을 지원받아 여성들을 선발했고, 총 13명의 여성이 유사한 테스트를 통과했다. 펑크는 ‘머큐리 13’ 중 최연소 지원자였지만 그의 도전 역시 비공식 지원에 불가했다.

그러다 1963년 소련에서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인류 여성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테레시코바의 성공으로 ‘머큐리 13’이 미국에서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NASA는 1978년까지도 여성을 우주비행사로 뽑지 않았다.

펑크는 이번에 베이조스와 그의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그리고 경매에서 2800만 달러(약 312억 6000만원)를 내고 이번 우주여행 티켓을 낙찰받은 익명의 낙찰와 이번 우주탐험에 동행ㅇ하게 됐다.

펑크는 마침내 우주에 갈 기회를 얻게 돼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여행의 모든 순간(every second)을 사랑할 것이다”라고 소감했다.

펑크는 또 “그들은 ‘너는 여자잖아. 넌 그거 못해’라고 말했다. 나는 ‘그거 알아. 네가 뭐든 상관없어. 네가 그걸 하고 싶다면 여전히 할 수 있어. 나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고 자신있게 외쳤다.

펑크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첫 여성 감사관을 지냈고,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첫 여성 항공안전 수사관을 역임했다.

너무도 우주에 가고 싶었던 펑크는 수년 전 20만 달러(약 2억 2700만원)를 내고 또 다른 우주탐사 회사 버진갤럭틱 우주선에도 좌석을 하나 예약해뒀다. 여전히 그는 승객 명단에 올라 있다.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펑크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때가 됐다.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고 축하했다.

한편, 펑크가 이번 우주여행에 성공하면 우주여행에 나선 최고령자로 역사에 남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