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19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더 나아가 북한을 향해 “정부 자체가 인신매매범”이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잇달아 거절한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최대 약점인 인권 문제를 다시 정조준하며 미·북 대화 재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2021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 정권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한 중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3등급에 머물렀다”며 북한을 비롯한 17개국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현재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약 8만~12만명이 수감돼있다”며 “이들은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구타와 고문, 강간,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최하위 국가들 중에서도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국가로 꼽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보고서는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며 북한과 중국·러시아·이란·미얀마 등 11개국의 정부 는 스스로 인신매매범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향한 비판도 탈북민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신체적·성적 착취를 당한다고 지적하며 200여명이 여전히 중국에 구금돼있다고 명시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나서며 미·북 대화 재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월 미국의 인권 비판에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에게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최고존엄을 모독했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의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뒀지만 같은날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대북 금융거래 주의보를 발령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