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보다 높은 게 말이 되나"…크래프톤 공모가 '시끌벅적'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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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비정상 공모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업자 의식이 강한 게임업계에서조차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온다.
금감원은 공모가 때문이라고 적시하진 않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공모가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자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비교기업 대상 선정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16일 첫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을 비교 기업으로 제시해 논란을 빚었다. 게임을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 제작에 나섰고 캐릭터 사업까지 벌이는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메가 히트작이 배틀그라운드 정도인데 '글로벌 IP 공룡'이자 게임사도 아닌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과 비교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결국 크래프톤은 정정신고서를 통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은 물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레트로닉 아츠 등 굴지의 글로벌 게임 기업도 비교 대상에서 빼며 한발 물러섰다. "'배틀그라운드' 및 '눈물을 마시는 새' 등 IP를 바탕으로 영화·음악·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관련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비교 회사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신 기존 엔씨소프트·넷마블에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비교 기업으로 추가했다. 다만 비교 기업 대비 시가총액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실적 대비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으로 보면 엔씨소프트의 두 배(2일 기준 약 18조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8억원, 당기순이익 556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2조4162억원, 영업이익은 8248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 비중에서도 아시아 시장이 약 84%를 차지했다. 게임업계는 크래프톤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이라 보고 있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리스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원게임 리스크', '차이나 리스크' 외에도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수정 공모가 논란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장 의장은 크래프톤 지분 16.24%(702만 7965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희망가 최하단을 기준으로 해도 약 3조2188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장 의장의 배우자인 정승혜씨 역시 4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68만4255주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후 최소 3133억원의 가치를 지니게 되며, 86만8245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까지 지니고 있다.
이 밖에도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강석 전 대표가 108만 5100주,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가 84만 3215주, 김형준 개발총괄(PD)이 7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주가 상승보다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대주주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크래프톤의 지금 공모가는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함이다", "10% 낮춰도 비싸다. 더 낮춰야 한다", "배틀그라운드로 만든 단편영화 하나로 디즈니와 비교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지나치게 고평가됐다" 등의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모가를 한 번 낮췄지만 여전히 거품이 너무 심하다. 히트작 단 한 개만 가진 게임회사가 비교 대상으로 디즈니, 워너뮤직을 썼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며 "그에 걸맞은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정정신고서를 통해 월트디즈니, 워너뮤직을 스스로 뺀 게 도리어 패착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종업계에서도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왜 비교 기업에 디즈니, 워너뮤직같이 말도 안 되는 기업들이 나왔나. 주관사 쪽에서 그렇게 한 건데 정말 해도 너무하다"고 짚었다.
이어 "엔씨소프트나 넥슨보다 크래프톤 시총이 높다는 게 사실 말이 되나.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게임업계는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인데 이번 크래프톤 공모가와 관련해선 이건 너무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금감원 지적 후 공모 희망가액 10% 이상 낮춰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상장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공모 희망가액을 40만~49만8000원으로 낮춘다고 정정 공시했다. 기존 공모가(45만8000~55만7000원) 대비 10% 이상 내렸다. 수정된 내용은 수요 예측을 거쳐 오는 29일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최대 예상 시가총액은 기존 약 29조원에서 24조원으로 낮아졌고 공모 주식 수도 기존 1006만230주에서 865만4230주로 쪼그라들었다. 크래프톤이 공모가와 공모 주식 수를 낮춘 이유는 회사 가치에 지나치게 거품이 꼈다는 업계 전반의 지적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에 대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금감원은 공모가 때문이라고 적시하진 않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공모가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자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비교기업 대상 선정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16일 첫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을 비교 기업으로 제시해 논란을 빚었다. 게임을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 제작에 나섰고 캐릭터 사업까지 벌이는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메가 히트작이 배틀그라운드 정도인데 '글로벌 IP 공룡'이자 게임사도 아닌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과 비교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결국 크래프톤은 정정신고서를 통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은 물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레트로닉 아츠 등 굴지의 글로벌 게임 기업도 비교 대상에서 빼며 한발 물러섰다. "'배틀그라운드' 및 '눈물을 마시는 새' 등 IP를 바탕으로 영화·음악·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관련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비교 회사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신 기존 엔씨소프트·넷마블에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비교 기업으로 추가했다. 다만 비교 기업 대비 시가총액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실적 대비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으로 보면 엔씨소프트의 두 배(2일 기준 약 18조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8억원, 당기순이익 556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2조4162억원, 영업이익은 8248억원이었다.
원게임·차이나 리스크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확실한 수입원이 배틀그라운드밖에 없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투자 위험과 관련해 "올 1분기 영업수익(매출) 중 96.7%가 배틀그라운드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다"며 "배틀그라운드 영업수익이 감소할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 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중국 텐센트의 인기 게임 '화평정영'의 연관성으로 '차이나 리스크'도 제기됐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화평정영은 전혀 다른 게임이며 크래프톤의 성과나 수익성에도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퍼블리셔인 A사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68.1%, 올해 1분기 71.8%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A사는 텐센트로 추정된다.지난해 매출액 비중에서도 아시아 시장이 약 84%를 차지했다. 게임업계는 크래프톤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이라 보고 있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리스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원게임 리스크', '차이나 리스크' 외에도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수정 공모가 논란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론 심상찮아…"현 공모가 자신감 아닌 오만함"
증권가에선 높은 공모가 설정으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비롯한 임원진만 돈방석 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장 의장은 크래프톤 지분 16.24%(702만 7965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희망가 최하단을 기준으로 해도 약 3조2188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장 의장의 배우자인 정승혜씨 역시 4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68만4255주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후 최소 3133억원의 가치를 지니게 되며, 86만8245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까지 지니고 있다.
이 밖에도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강석 전 대표가 108만 5100주,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가 84만 3215주, 김형준 개발총괄(PD)이 7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주가 상승보다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대주주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크래프톤의 지금 공모가는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함이다", "10% 낮춰도 비싸다. 더 낮춰야 한다", "배틀그라운드로 만든 단편영화 하나로 디즈니와 비교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지나치게 고평가됐다" 등의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모가를 한 번 낮췄지만 여전히 거품이 너무 심하다. 히트작 단 한 개만 가진 게임회사가 비교 대상으로 디즈니, 워너뮤직을 썼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며 "그에 걸맞은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정정신고서를 통해 월트디즈니, 워너뮤직을 스스로 뺀 게 도리어 패착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종업계에서도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왜 비교 기업에 디즈니, 워너뮤직같이 말도 안 되는 기업들이 나왔나. 주관사 쪽에서 그렇게 한 건데 정말 해도 너무하다"고 짚었다.
이어 "엔씨소프트나 넥슨보다 크래프톤 시총이 높다는 게 사실 말이 되나.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게임업계는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인데 이번 크래프톤 공모가와 관련해선 이건 너무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