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도난당한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회수한 그리스 경찰이 언론에 작품을 공개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피카소의 1939년작 '여인의 머리'다. 암시장에서 호가가 1500만파운드(약 234억)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그리스 경찰은 되찾은 '여인의 머리'를 언론에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작품을 안내데스크로 보이는 선반 위에 전시했는데, 이내 그림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곧바로 바닥에 떨어진 작품을 맨손으로 집어들어 다시 선반에 올려놓았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취재진의 카메라에 녹화됐다.

'여인의 머리'는 2012년 1월9일 아테네에 있는 국립미술관에서 도난됐다. 당시 '여인의 머리'와 피에트 몬드리안의 '풍차', '풍경' 등 모두 4점이 도난당했다.

용의자 일당이 절도 행각을 벌이는 데는 7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테네 국립미술관은 사흘간 이어진 파업으로 경비 인력을 줄인 상황이었다. 용의자 일당은 동시다발로 경보를 울려 경비 요원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당은 도주 과정에서 '풍경'은 떨어뜨리고 갔다.

지난달 28일 그리스 경찰은 아테네 근처 협곡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발견했고, 그리스 국적 남성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여인의 머리'와 함께 몬드리안의 '풍차'도 회수됐다. '여인의 머리'는 한 스페인 화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에 저항한 그리스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1949년 기부한 작품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