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 한인의 주택 보유율이 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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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필리핀계보다 소득 적어
2가구 중 1가구만 주택 구입
한인 2세들은 빠르게 주류 편입"
조재길 뉴욕 특파원
2가구 중 1가구만 주택 구입
한인 2세들은 빠르게 주류 편입"
조재길 뉴욕 특파원
![[특파원 칼럼] 美 한인의 주택 보유율이 낮은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07.21914393.1.jpg)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인 질로가 인구조사국의 2019년 통계를 바탕으로 ‘아시아계 가구의 경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한인들의 중위소득은 가구당 7만1220달러에 그쳤다. 아시아·태평양계 25개 이민자그룹 중에서 12번째다.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그룹은 인도계로, 11만9120달러에 달했다. 대만계(10만149달러), 필리핀계(9만4961달러), 스리랑카계(8만5000달러), 피지계(8만2511달러), 일본계(8만1406달러), 중국계(8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파원 칼럼] 美 한인의 주택 보유율이 낮은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826987.1.jpg)
한인들의 주택 보유율도 낮은 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인의 자가 보유율은 50.7%로 아·태계 중에서 16위에 그쳤다. 한인 중에선 두 가구 중 한 가구만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LA 뉴욕 등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주택 보유율을 떨어뜨린 배경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보유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대만계였다. 인구조사에 응한 가구의 69.2%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베트남계(66.9%), 일본계(65.9%), 중국계(63.0%), 필리핀계(62.2%), 라오스계(61.0%) 등의 순이었다. 한인의 자가 보유율은 아시아계는 물론 전국 평균(65.6%)을 크게 밑돌았다.
질로는 보고서에서 “1970년대만 해도 이민자그룹에 따른 소득·자산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면서 “백인 히스패닉 등 다른 인종과 달리 아시아계 내부에서 출신국별 격차가 커지는 게 새로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시아계 전체의 주택 보유율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19년 기준 자가 보유율이 58.1%로 2000년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백인(71.3%)보다는 낮지만 히스패닉(45.6%)이나 흑인(41.0%)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주택 보유율은 주(州)별로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지아주에서 아시아계의 자가 보유율이 67.0%까지 치솟았지만 뉴욕주에선 48.6%에 그쳤기 때문이다. 뉴욕의 비싼 집값이 보유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인종이기도 하다. 19년 동안 아시아계 가구 증가율은 83%를 기록, 히스패닉(74%)은 물론 흑인 가구 증가율(23%)을 상회했다.
아시아계 입지는 비례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유권자 수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작년 말 상·하원 선거에선 아시아계 의원이 16명 배출됐다. 중요한 건 한인들의 위상 제고다. 경제적 측면에선 아직 인도나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밀리고 있다는 게 확인돼서다.
그나마 한인 2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인 2세의 중위소득은 연급여 기준 8만8100달러로, 아시아계 평균(8만5800달러)보다 2300달러 많았다. 주류 사회로 진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인 2세는 총 45만3989명으로 아시아계 2세 전체(670만 명)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답은 항상 교육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인 영세 사업장 비중 66%…아시아계 '최고'
미국에서 세탁소 네일숍 슈퍼마켓 등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인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인구조사국 분석 결과 미국 내 한인 사업장 22만4891곳 중에서 직원 수가 4명 이하인 곳이 전체의 66%에 달했다. 미국 평균(57%)보다 9%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시아계 평균(61%)보다도 소상공업 비중이 크게 높았다.한인들의 개별 사업장 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07~2012년 한인 가게 수가 16.8% 증가했는데, 미 전체 증가율(2.0%) 대비 8배나 빠른 속도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한인 사업주들이 비용을 줄이려고 가족을 동원하거나 초과 근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때 정부 지원을 받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독특한 한인의 입지는 입양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1955년 이후 2015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 11만2000여 명에 달했다. ‘입양 비자’로 알려져 있는 IR-4 및 IH-4 비자로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 출신 아동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총 1만922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전체 입양아의 26.1%를 차지했다. 과테말라(22.1%) 에티오피아(11.9%) 중국(8.5%) 인도(6.2%)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