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내치는 정부 vs 베팅 판 키우는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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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불확실성 커지는 코인시장
英 "세계 최대 거래소 영업 중단"
中은 채굴장 90% 폐쇄하는 등
각국, 커진 코인시장에 '브레이크'
캐시우드 "코인 ETF 내놓겠다"
주요 은행, 암호화폐 상품 출시
큰손들은 규제에도 투자 늘려
불확실성 커지는 코인시장
英 "세계 최대 거래소 영업 중단"
中은 채굴장 90% 폐쇄하는 등
각국, 커진 코인시장에 '브레이크'
캐시우드 "코인 ETF 내놓겠다"
주요 은행, 암호화폐 상품 출시
큰손들은 규제에도 투자 늘려
영국·일본 정부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최근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 영업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 단속 등 각국 규제당국의 압박도 전방위로 몰아쳤다. 하지만 일부 기업가는 보란 듯이 반대로 움직였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멕시코 아스테카은행 소유주 리카르도 살리나스 등은 잇달아 암호화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를 낙관하며 ‘베팅’에 나서는 자산가가 늘고 있지만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시장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OSC)도 시민들에게 올해 말까지 바이낸스 계정을 폐쇄하라고 경고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온타리오 지역 거주자 대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같은 날 일본 금융청(FSA) 역시 바이낸스가 허가받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경고 조치다. 일본 FSA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바이비트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은 올해 5월 바이낸스가 자금 세탁 통로로 사용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재무부는 1만달러 이상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기업들이 연방국세청(IRS)에 신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 연방 금융감독원(BaFin)은 지난 4월 투자설명서 없이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거래소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르면 9월 암호화폐 관련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투자업체 미러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고객의 비트코인 2만3000개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암호화폐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 암호화폐 채굴의 65%를 맡아왔다. 비슷한 시기 세계 채굴량의 4.5%를 차지하는 이란도 채굴장 3330곳을 무더기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부가 칼을 빼 들자 비트코인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올해 4월 중순 6만5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2일 한때 3만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잇단 규제에도 투자 발표는 이어졌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8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겠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허가 서류를 제출했다. SEC에 접수된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은 8건에 이르지만 아직 한 건도 승인받지 못했다.
멕시코 3대 부호로 꼽히는 살리나스는 자신이 소유한 은행 방코아스테카에서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멕시코 은행 가운데 첫 시도다. 보유자산 가치가 158억달러(약 17조8300억원)에 이르는 살리나스는 지난해 기준 유동 자산의 10%를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살리나스의 발표 뒤 멕시코 중앙은행 뱅시코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뱅시코는 멕시코 재무부 등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암호화폐 등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서비스 회사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받아들인 국가도 나왔다. 엘살바도르는 오는 9월 7일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기로 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국민 1인당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은 우려를 나타냈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 추적이 어렵다.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사이버 테러 조직들이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약이나 총기 거래는 물론 불법 은닉자금 등 검은돈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각국 정부가 규제를 확대하는 이유다. 거래 내역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정부의 과세 형평성과 공정성도 훼손될 수 있다.
반면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가치 수단인 암호화폐를 규제한다고 비판한다. 각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 발행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이들은 잇따른 중앙은행의 규제 조치도 결국 암호화폐가 정식 통화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진통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은행은 암호화폐 투자 상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에 이어 씨티은행도 자산관리부서에 암호화폐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씨티은행의 암호화폐 투자 계획에 따르면 고객은 은행을 통해 암호화폐는 물론 대체불가능토큰(NFT),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디지털 금’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자산으로도 꼽힌다. 각국의 규제 발표가 있을 때마다 가치가 요동치는 이유다.
중국의 강력한 암호화폐 채굴 단속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의 채굴 능력이 1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채굴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해시레이트는 작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암호화폐 규제 강화하는 각국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달 26일 바이낸스에 거래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후 영국 화폐로는 바이낸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바이낸스 거래 중단 사실을 공표한 FCA는 소비자에게 암호화폐 거래에 주의하라는 경고문까지 배포했다.앞서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OSC)도 시민들에게 올해 말까지 바이낸스 계정을 폐쇄하라고 경고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온타리오 지역 거주자 대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같은 날 일본 금융청(FSA) 역시 바이낸스가 허가받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경고 조치다. 일본 FSA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바이비트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은 올해 5월 바이낸스가 자금 세탁 통로로 사용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재무부는 1만달러 이상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기업들이 연방국세청(IRS)에 신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 연방 금융감독원(BaFin)은 지난 4월 투자설명서 없이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거래소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르면 9월 암호화폐 관련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투자업체 미러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고객의 비트코인 2만3000개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암호화폐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中선 채굴장 90% 문 닫아
강도 높은 암호화폐 규제의 포문을 연 것은 중국이다. 5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공표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중국 최대 암호화폐 채굴 기지로 꼽히는 쓰촨성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다. 당시 26개 업체가 단속 명단에 포함됐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문 닫은 비트코인 채굴장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은 그동안 세계 암호화폐 채굴의 65%를 맡아왔다. 비슷한 시기 세계 채굴량의 4.5%를 차지하는 이란도 채굴장 3330곳을 무더기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부가 칼을 빼 들자 비트코인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올해 4월 중순 6만5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2일 한때 3만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잇단 규제에도 투자 발표는 이어졌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8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겠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허가 서류를 제출했다. SEC에 접수된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은 8건에 이르지만 아직 한 건도 승인받지 못했다.
멕시코 3대 부호로 꼽히는 살리나스는 자신이 소유한 은행 방코아스테카에서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멕시코 은행 가운데 첫 시도다. 보유자산 가치가 158억달러(약 17조8300억원)에 이르는 살리나스는 지난해 기준 유동 자산의 10%를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살리나스의 발표 뒤 멕시코 중앙은행 뱅시코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뱅시코는 멕시코 재무부 등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암호화폐 등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서비스 회사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받아들인 국가도 나왔다. 엘살바도르는 오는 9월 7일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기로 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국민 1인당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은행과 화폐 경쟁 시작”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이유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변동성이 높고 자산 가치도 불안정한 암호화폐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는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암호화폐 사기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2018년 1분기 80만달러에 달했던 피해액은 올해 1분기 5260만달러로 66배 늘었다.암호화폐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 추적이 어렵다.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사이버 테러 조직들이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약이나 총기 거래는 물론 불법 은닉자금 등 검은돈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각국 정부가 규제를 확대하는 이유다. 거래 내역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정부의 과세 형평성과 공정성도 훼손될 수 있다.
반면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가치 수단인 암호화폐를 규제한다고 비판한다. 각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 발행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이들은 잇따른 중앙은행의 규제 조치도 결국 암호화폐가 정식 통화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진통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은행은 암호화폐 투자 상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에 이어 씨티은행도 자산관리부서에 암호화폐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씨티은행의 암호화폐 투자 계획에 따르면 고객은 은행을 통해 암호화폐는 물론 대체불가능토큰(NFT),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디지털 금’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자산으로도 꼽힌다. 각국의 규제 발표가 있을 때마다 가치가 요동치는 이유다.
중국의 강력한 암호화폐 채굴 단속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의 채굴 능력이 1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채굴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해시레이트는 작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